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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시민주의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을 애도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l 기사입력 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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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어느날 필자는 여의도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났다. 환경운동 지도자인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의 소개였다. 자연스럽게 대화는 정치와 선거의 문제로 이어졌고, 필자는 그에게 서울시정과 정치개혁을 위한 출마를 권유했다. 그 당시 그는 출마를 생각하면서도 시민운동가로서의 명예가 정치를 통해 훼손되는 것을 걱정했다. 그리고 9년이 흐른 지금 그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그는 죽음을 선택했다.

 

박원순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그가 이 나라 선출직 '넘버2'의 자리인 서울시장을 3선 연임하고, 유력 대권주자라는 점에서 외신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유력 언론사 기자도 오늘 새벽 박 시장의 죽음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필자에게 취재를 요청해왔다.

 

박 시장의 죽음은 전형적인 명예자살이다. 그는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고 명예를 소중히 여긴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다른 것도 아닌 성추문에 휘말린 것 자체만으로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과 함께 최근 그의 전직 여비서가 성추행 혐의로 그를 고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많은 언론들은 그의 죽음이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의 죽음으로 사건의 실체는 영원한 미궁으로 빠졌다. 수사당국이 그에 대한 고소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는 진보진영 광역단체장들의 성추문 사건을 지켜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양심과 정의의 사도로 믿었던 그들의 일탈에 대해 탄식과 비난이 쏟아졌다.

 

▲ 7월10일 새벽 서울 북악산에서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 시신을 경찰이 수습하고 있다.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에 앞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범죄 혐의에 휘말렸다. 진보진영으로선 참으로 민망하고 뼈아픈 일이다.

 

그런데 세 사람의 선택과 행로는 달랐다. 성추문 사안을 대하는 방식이 그들의 살아온 길을 보여주듯 극명하게 엇갈린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서 수감 중인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절치부심 하고 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혐의는 인정하되 형량을 줄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인지부조화'의 모습을 보이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변명을 하고 있다.

 

박원순은 명예를 선택했다. 그는 구차한 변명과 현실적인 선택 대신 죽음으로 모든 것을 안고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만큼 그에겐 명예가 소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죽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권력의 치졸한 보복에 명예자살로 맞선 그의 마지막 길은 우리를 통곡하게 했다. 영원한 시민주의자 박원순의 명예자살도 우리를 아프게 한다. 그에게 출마를 권유했던 나의 조언이 후회된다. 그는 '아름다운 가게'에서 웃고 있을 때가 가장 빛났던 사람이라는 걸 이제 새삼 느끼게 된다. 민주주의와 시민주의를 사랑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하늘에서 '아름다운 가게'를 열어 환하게 웃기를 기도한다. 그의 평화로운 영면을 기도한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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