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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기계를 손님들이 보도록 가게 전면에 설치해 보세요!

이헌영 소설가 l 기사입력 202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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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헌영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며칠 후, 관영이 신우정공에 견습공으로 입사를 했다.

 

사장님 이름은 김재원이었다. 나이는 64세, 이곳에서 46년 째라고 했다.

 

사장님과 단둘이 꾸려가는 점포는, 사무실 겸, 매장 겸, 작업실이면서, 연구실도 됐다. 사장님은 월급이 짠 것 빼고는, 대체적으로 좋은 사람이었다. 특히 자기 실력을 알아주는 사람에게는, 더없는 선생님 노릇을 했다.

 

관영은 열흘 쯤, 지난 후, 자신의 속내를 털어 놓았다

 

자신은, 이곳에서 오랫동안 일을 할 생각이 없고 이곳에 취직을 하게 된, 이유는 만두기계에 있음을 밝혔다.

 

“만두기계? 만두기계를 어떻게 하려구?

 

“저희 어머니가 만두 가게를 하고 있는 건 아시죠?

 

“그래!…저 기계를 너희 어머니가게에 설치 할라구?

 

“아뇨! 저 상태로는 아니고요. 좀 고쳐야 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제가 생각해 놓은 게 있는데 말씀 드려도 될까요?”

 

“그래! 해봐!”

 

승낙을 받은 관영은 윗주머니에서 메모 쪽지를 꺼냈다가 도로 집어넣었다.

 

“지금까지 저 기계는, 편리성과 효율성만을 위해서 사용된 걸로 압니다. 그래서 저 기계를 샀던 만두가게에서는, 기계를 가게 안쪽에 설치하고, 사용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기계를 만두가게 전면에 설치하여,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야 된다고 본겁니다. 그래서 자동으로 만두가 만들어져 나오는 것을, 신기하게 보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정도가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크기는 저 기계의 반 이하로 줄이고, 외관상으로 볼 때, 밝고 깨끗해야 합니다. 그래서 고객이 볼 때, 손으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깨끗해 보여야 되고 만두기계뿐만 아니라 찜통도 세트로 만들어, 만두 자체에 손이 전혀 닿지 않는 구조로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비닐장갑이 있지만 비닐장갑을 사용할 필요가 없게 해야 됩니다.누가 보아도 이집 만두는 손이 전혀 닿지 않은 깨끗한 만두구나 하고 인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야! 그러면, 저걸 새로 만들어야 된다는 거냐? 처음부터.”

 

사장님은 소리는 질렀지만, 기분 나쁜 표정이 아니다.

 

“예! 사장님 좀 더 얘기를 드리고 싶은 게 있는 데요.”

 

“또 있어? 해봐!”

 

“제가 만두기계를, 새로 만들어서 어머니 가게에 한대 설치하기 위해서 이러겠어요? 처음에는 한대로 시작하겠지만, 목표는 1,000개입니다. 헛소리 같지만 일단 한개만 제대로 성공하면 1,000개는 문제없고요. 10,000개도 가능할겁니다.”

 

사장님은, 입을 헤 벌린 채, 관영을 쳐다보았다.

 

“허! 이놈 꿈도 야무지네!…하긴 나도 저 기계를 만들 때 그런 꿈을 꾸고 만들었지… 그게 안돼서 그렇지”

 

관영은 다시 말을 시작했다.

 

“사장님은 진짜기술자입니다. 기술에 관한한 박사님이시라, 기계 자체에만 심혈을 기울이신 거죠.”

 

“야! 이놈아! 내가 바보냐! 나도 이것저것 신경 썼지. 허허허! 참!…그나저나 저것을 새로 만들려면 돈이 많이 들 텐데…”

 

관영은, 기계에 대해서 문외한이다.

 

기계에 대해서 아는 게 없을뿐더러 기계를 두려워했다. 만지면 다칠 것 같고, 만지면 고장 낼 것 같아 두려워했다.

 

그런 그가, 사장님의 허락을 받아 만두기계 해체를 시작했다.

 

일일이 물어 가면서 몸통만 해체하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렸고, 작은 기관 하나하나를, 순서와 설명을 적어가며 해체하는데, 이틀이 걸렸다. 해체뿐만 아니라, 하나를 뜯었다, 다시 조립해보고, 또, 뜯고를 반복하며 천천히 해체를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책 읽는 만큼이나 재미가 있었다. 하나하나를 뜯었다 붙였다 하다가, 한 기관 전체를 해체했다가, 한 기관 전체를 다시 조립하다보면,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었을 때와 같은 희열이 느껴졌다. 사장님의 보조일도 하다가 심부름도 하면서 틈틈이 해체와 조립을 반복했다. 몇 번을 반복해보니 제법 익숙해졌다. 막힘없이 해체와 조립을 할 수 있게 되자, 다른 기계들에게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사실 일거리가 별로 없었기에 시간은 많았다.

 

관영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고 3년 후쯤에 자본금 200만 원정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모두들 난감한 표정을 짓는 중에도 어머니는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생각하며 미술 학원에 등록했다.

 

다빈치는, 발명가이며, 건축가, 해부학자, 천문학자, 지리학자, 음악가, 식물학자등 이 세상 모든 분야에, 뛰어난 족적을 남겼는데, 그 모든 업적의 밑바탕은, 그림이라고 판단했다.

 

작은 무엇을 만들더라도 그림이 필요하다. 나무로 의자를 만들거나 천으로 옷을 만들더라도, 기본 스케치가 필요하다. 그냥도 만들 수는 있다. 아주 단순하거나 대충 만들어도 되는 거라면, 아니면, 자기 혼자 사용할 거라면, 그냥 만들어도 되겠지만 만두기계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인생 전체를 걸고 만들어야 한다. 제대로 만들어서, 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야한다. 세 가지를 정했다

 

첫째 절대 서두르지 말자.

 

둘째 필사적으로 생각하자.

 

셋째 반드시 실행하자.

 

서두르지 않고 처음부터, 시작하기 위해서 미술학원에 등록했다. 필사적으로 생각하기위해서 생각했고, 생각하기위해서 책을 찾아 헤맸다. 실행하기위해서 잠을 줄이고 휴일 없는 시간표를 짰다.

 

스케치 북에 줄긋기부터 시작했다.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뻔해 보이는 직선도 쉽게 그어지지 않았다. 곡선, 포물선까지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그러데이션은 짜증나게 했다. 굵게 내려 긋다가 점점 가늘게 긋고, 다시점점 굵게 그어가는 것인데, 제각각이다. 그래도 선생님은 잘하는 거란다. 결국 시간이 해결사인 게 틀림없었다. 시간이지나 선긋기가 끝나고, 명암연습을 하고 본격적인 그림그리기가 시작됐다.

 

사각기둥, 다음엔 원형기둥, 다음엔 잔, 다음엔 공, 다음엔 구멍 세게 뚫린 벽돌, 다음엔 손잡이 있는 잔, 다음엔 석류, 다음엔 전구, 다음엔 호랑나비, 다음엔 얼룩말, 그리고 다음엔 몇 개의 물건이 함께 어울려 있는 것, 그리고 드디어 인체를 그리기 시작했다, 코. 입, 귀. 눈. 얼굴. 동양남자. 여자. 서양남자. 여자. 그리고 유명 탈랜트, 등으로 그려나갔다. 팔, 다리, 손발을 따로 그리고, 전체 몸을 그렸다, 근육을 그리고 표정을 그렸다, 다음은 실물을 놓고 그리는데 어렵다 열심히 그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6개월이 지나갔다. 선생님은 말했다,

 

어떤 여자를 보던 또는, 남자를 보던 입고 있는 옷 속의 골격이나 근육을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기계의 겉모습만 보아도 속모습도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 라고 해석했다,

 

또, 시간이 많이 지난 어느 날, 선생님은 도인 같은 말을 했다.

 

사람의 뒷모습만 보고서도, 그의, 얼굴 표정을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기계에도 무표정이라는 표정이 있다.

 

이제 관영은 점포에서도 그림을 그렸다.

 

작은 나사부터 시작해서, 베어링, 열에 녹은 코일, 고장 난 모터, 등을 사실감 있게, 그리는 것을 본, 사장님이 놀라워했다.

 

만두기계를 만들기 위해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얘기까지, 들먹이자 더욱 놀라워했다.

 

“관영아! 너 참!… 집념이 대단하구나!”

 

관영이 대답을 망설이자 사장님이 다시 말을 했다

 

“만두기계 갖고 성공할 자신 있다 이거지?”

 

“제대로만 만들면 자신 있지요.…사장님! 제가 만두가게 한 개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는 거 아시잖아요. 한두 개 할 때는 장사이지만 열개, 스무 개 되면 그 때부터는 사업이 되는 거 아닙니까?”

 

“아따! 그 자식 통은 크네! 시작할 밑천도 없으면서…”

 

“일단 서두르지 안 키로 했어요. 뜻이 있는 데 길이 있다잖아요. 저는 뜻도 있고 열정도 있고 실력도 쌓아가고 있고요. 사장님 같은 박사님 후원자도 있고요.”

 

관영이 만두가게를 사업의 첫 걸음으로 정한 것은 어머니를 도와서 일을 하는 중에, 우연히 만두기계를 만나게 되면서 사업의 그림을 그리게 됐고, 이게 큰 사업이 될 수도 있겠다는

 

나름의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기초를 튼튼히 하기위해, 각종 기계들을 그려보고, 그 기계를 해체해서 부품들을 그려보고 하다 보니, 세월이 지나가는 만큼 점점 기계가 친숙해졌다.

 

새로운 기계를 찾아 용산 전자상가도 들락거리게 되어 전자식 기계에 대한 지식도 쌓아가는 한편, 기계제작에 관한 책들을 찾아 설계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했다.

 

관영이 신우정공에 입사한지, 2년 6개월이 지났다 그의 나이 25세가 되었다. 기계의 윤곽이 잡혀갔다.

 

모터가 장착된 전기식 기계에 전자식 제어판을 장착하되, 제어판을 내장할 것이냐 아니면 제어판을 겉으로 내어 놓을 거냐를 고심하다가, 외장으로 결정했다. 가게 전면에 배치해서 홍보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속에다 넣어 보이지 않는 것보다, 겉에 부착해서 보이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기계를 새로 만든다고 하지만, 기계를 작동하게 하는 모든 장치들은, 이미 만들어져서 세상에 나와 있는 것 중 용도와 규격에 맞는 것을 찾아 재구성하면 되는 것이다. 제어판도 이미 만들어져 있는 제어판 중에 용도와 규격에 맞는 것을 찾아 제어판에 내장되어있는 프로그램을 기계작동에 맞게 재구성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만두반죽과 만두소가 투입돼서, 만두로 빚어져 나와 용기에 안착하는, 과정의 본체를 새로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 본체를 만드는 과정이 핵심이다.

 

본체를 주조하기 위한 틀 즉, 주형이 있어야하고 주형을 만들기 위한 모형을 만들어야 하는데, 모형을 만들기 위해서 제품 설계도가 필요하다.

 

관영이 설계도를 얼마나 정확하게, 그려 주느냐가 관건이었다.

 

저들은 관영이 그려준 설계도면에다, 수축여유와 가공여유를 더해서 모형을 만들 것이다. 수많은 변수를 생각하며 설계도면을 그렸고, 확인, 또, 확인했다.

 

정작 관영을 마지막까지 애를 먹이고 심혈을 기울이게 한 것은, 만두를 빚어 나오는 본 작업보다 그 일이 끝 난후에 기계자체의 청소문제였다. 기계를 거꾸로 돌리며 물을 흘려보내면 구석구석에 끼어있던 찌꺼기가 빠져 나오는 구조인데, 완벽하지가 않았다. 결국 중요부분은 분해해서 청소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해결했다.

 

또, 몇 개월이 지난 뒤, 이젠 준비가 됐다고 판단했다.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그 동안의 결과물인 사업계획서를 설계도면과 함께 보이며 설명했다. 온가족들이 놀라워하면서도 사업결과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때, 어머니가 통장을 내밀었다.

 

놀랍게도 250만원이 들어 있었는데, 3개월만 더 있으면 100만 원짜리 적금을 탈수 있으니 필요하면 그 때에 마저 주겠노라는 말에 관영은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큰형이 33세이고, 어머니는 큰 형보다 겨우 19세 더 많은 52세였다. 어린나이에 시집와서 유약한 남편 때문에, 줄 창 가난을 숙명처럼 달고 살았다.

 

어머니는, 아들 관영이 하려고하는 사업이, 가능성이 적더라도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게 할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고 애써 크게 믿고 싶었을 것이다.

 

관영은, 절대 절명의 단, 한 번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전개해 나갈 사업 프로그램을, 머릿속에서 시물레이션, 해보고 수정하고, 확인하고를 수없이, 반복에 반복을 거듭했다.

 

관영이 사장님에게 만두기계 제작을 시작하자고, 말을 꺼낸 것은, 어머니에게서 통장을 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난 늦은 봄날이었다. 사장님이 관영에게 자본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관영이 똑 부러지게 대답했다.

 

“사장님! 확실하게 충분히 준비됐습니다.”

 

“햐! 이 것 봐라! 은행이라도 털었냐?”

 

“그런 일 없다는 거 사장님이 다 아시잖아요!”

 

“알지! 그 동안 너를 지켜봤는데, 모를 리가 없지! 내가 뭘 어떻게 도와줘야 하냐?”

 

“제가, 만두기계를 만들게 된 동기가 사장님이 만드신 만두기계를 보고 시작하게 된 거고, 이번 기계의 본체도 사장님의 기계를 참고해서 만들게 된 겁니다. 전체적인 크기도 줄였고, 모양도 좀 바뀌긴 했습니다. 가장 크게 신경 쓴 것은 청결에 있습니다. 그래서 기계를 반대로 돌리면, 중간, 중간에 낀 찌꺼기가 빠져나오도록 해서, 청소하기가 쉽고 누가보아도 깨끗한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했습니다.…사장님! 저는 이제 만두자체를, 연구해야 합니다. 만두피나 만두소를 어떻게 할 것인가? 연구해야 되지 않겠어요? 그러니 사장님은 기계를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내가? 야! 이놈아! 이제 와서 너는 빠지고 나더러 하라고?”

 

사장님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기분은 썩 좋은 것 같았다.

 

“사장님! 기계를 이번 한개만 만드는 게 아니고, 계속해서 만들어야 하는데, 일단 사업을 시작하면, 저는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기계는 처음부터 사장님이 맡아서 해주셔야 합니다. 제작비는 제가 책임지고요, 만드는 과정에도 많이 관여하겠지만, 기계제작일 전체는 사장님이 해주셔야 됩니다.”

 

“햐! 이놈은, 기계를 만들기만 하면, 만사 땡 인줄 아나본데, 그렇게 자신 있냐?”

 

“자신 있고요. 이제 사장님과 저와의 관계를 다시 설정해야죠. 일단 저는 퇴직 하는 걸로 하고요. 기계에 대해서는 동업을 해야 되는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동업? 동업은 무슨?…네가 연구해서 설계도까지 만들고 돈도 네가 다대고, 판매도 네가 다할 거 아니냐? 그런데 무슨 동업을 해! 나는 기계 조립하는 공임만 받으면 되지.”

 

“그건, 아닙니다. 사장님의 기계를 보고 공부했고, 그 기계를 많이 참고했고요. 또, 사장님의 일차적인 실패가 제겐 약이 된 셈입니다. 사장님이 많이 배려 해주셔서, 근무 중에도 제일에 몰두할 수 있었고요. 단 사장님은 한번, 실패를 하신 분이라 제가 자금을 대시라고 말씀드릴 수 없었던 겁니다.

 

“녀석 알긴 아는구나! 근무성적은 꽝 이라는 걸”

 

“알죠!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관영과 사장님은 그날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동업에 합의를 보았다, 관영이 생산비용을 뺀 이익금의 배분을 5대5로 하자고 제의했으나, 사장님은 어처구니없다며, 10%만 받아도 된다고 했다. 자신은, 어떠한 경우에도 손해가 없지만, 관영은, 잘못되면 쪽박을 차게 되는 거라며, 완강하게 사양했다. 공임은, 공임대로 받고 지분배당을 받는 거니까, 10%만 받아도 된다고, 손 사레를 쳤다. 결국 이익금의 배분은 8대2로 정했다.

 

사장님의 활약은, 다음날부터 시작되었다. 구리시에 있는 주물공장에 다녀온 사장님의 무용담이 관영을 감복케 했다.

 

“[미래합금주물]은 모형부터 주물주조까지 다하는 회사인데, 내가, 스윽, 들어가서 보았더니, 요즘 일감이 줄었는지, 조용한 거야! 사무실로 들어갔더니 과장 놈이 반색을 하는 거야! 일감을 갖고 온 것을 알고 그러는 거지, 그래서 도면을 보여주며, 네가 말 한대로 뻥을 쳤지. 지난번은 실패했지만 이번엔 자신 있다. 최소한 1500개는 문제없다. 그랬지, 자식이 도면을 보더니 놀라는 거야! 이건 청계천 도면이 아니라는 거야! 이 설계도면은 사장님 꺼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더라고, 그래서 진짜 박사님이 연구하고 그리신 거라고 했지, 그랬더니 진짜 믿는 눈치더라고…결론부터 말하면 5개 이상만 되면 모형서부터 주형틀 만드는 데까지 비용은, 그냥 해주기로 했어! 그리고 그 5개 주물을 완성하는 가격은 얼마씩 했을 것 같으냐?”

 

관영은 환하게 웃었지만 답은 망설여졌다.

 

“처음엔, 35만원을 얘기하더라고, 펄쩍 뛰었지! 아! 지난번에 실패해서 복구하려고 하는데, 그러면 되느냐? 했지. 결국엔 20만원에 했어. 5대에 100만원, 일이 없다는 것을 내가 알았는데, 지들이 어쩔 거야, 공장은 이문이 안 나도 돌려야 하거든”

 

관영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랐다.

 

마음속으로 40만 원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 반값인 20만원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장님! 참! 대단하시네요. 제가 동업자는 제대로 택한 것 같네요”

 

관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속으로 최종 완제품을 만드는데 얼마가 들까하고 계산을 해봤다 모든 부품들과 전자 제어판 그리고 전체 조립이 남아있다. 어림잡아 35∼6만원 되는 것으로 계산됐다.

 

관영은, 사장님과 구리시에 있는[미래합금주물]이라는 회사에 가서, 젊은 박사를 사칭하며 중간 점검을 몇 번했다.

 

주문한 5세트의 주물이 다되었을 때, 이실직고를 해서 그들을 또, 한번 놀라게 했다.

 

5세트의 부속품들이 준비되고 조립이 시작되자, 관영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드디어 제어판을 제외한 만두기계가 완성되었다. 수동으로 작동해보니 부드럽게 돌아갔다.

 

청소 시스템인 반대로 돌려보니 약간의 소음이 나면서도 잘 돌아갔다. 그 소음은 오히려 틈새에 낀 작은 오물을 제거하기위한, 완전 밀착에서 나는 소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용산에서 기술자가 와서, 전자제어판을 기계와 일치하도록, 설치하고 밀가루 반죽과 소를 갖고 와서 실연을 해보면 되는 것이다.

 

다음날, 제어판을 부착하고 반죽과 소를 각각 투입하여 실연을 했다. 그 동안의 노심초사를 잊을 만큼 완벽했다.

 

작은 주름 7개가 선명하고 앙증맞은 만두가 만들어져 나왔다. 1단계부터 4단계까지 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1단계는 1시간에 600개, 2단계는1000개, 3단계는1600개, 4단계는 2400개, 만들어지도록 했다. 사장님은 매우 감격해 했지만, 관영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사장님의 도움으로 [신안실용특허]등록을 신청했다.

 

찜통은, 진즉부터 만들어져서 어머니 가게에서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둥근 솥단지 찜통이 아니라 4각 큰 찜통에 작은 4각 찜통이 20개가 들어 있고 그 속에는 각각5개의 만두가 들어가게 만들어 한번에 100개를 쪄낼 수 있게 했고, 다 익은 만두를 꺼낼 때도, 만두를 손으로 집지 않고 작은 통을 꺼내 스티로폼 곽에 대고, 밑 부분을 빼내면 만두가 손에 닿지 않고 곽에 쏙, 빠져 안착이 되게끔 만들었다.

 

만두소의 연구는 어머니와 함께 늘 하던 거였다. 수많은 업체의 만두를 시식해보고 그중에서 5개를 고르고, 다시, 세 개를 고르고, 그것들을 낱낱이 분석하고 만들어보고 했다.

 

기가 막히게 맛있는 만두는, 만들 수도 없고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누군가에게 기가 막히게 맛있는 만두는, 누군가의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는 만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 입맛에 맞추려면, 강한 맛은 안 된다. 매일 세끼씩 먹는 밥이나 물은, 별맛이 없지만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강하지 않되 맛있게 만들어야 했다.

 

겨우 만들었다고, 판단됐다. 그런데, 뭔가 부족한 것 같다 무언가 보충해야 될 것 같은데 무언지 모르겠다.

 

어느 날, 겨우 생각해냈다. 씹히는 맛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날부터, 무엇을 첨가해서 씹는 맛을 낼 것인가를 고심했는데, 누군가가 돼지껍데기를 알려 줬으나, 소고기 만두를 만들려 하는데, 돼지 껍데기는 해당치가 않았다. 그래도 실험삼아 돼지껍데기를 불판에 바싹 구운 다음, 쌀 톨 만하게 썰어 만두소에 첨가해서 만들어 먹어보니, 확실히 씹는 느낌이 달랐다. 이 느낌이, 나도록 해야 한다. 무말랭이를 첨가해봤다. 비슷하게 씹는 맛은 났지만, 질긴 느낌이 있었다.

 

겨우 찾아냈다 쌀 가래떡을 쌀 톨 만하게 썬 다음 바짝 말려서 첨가해봤다. 빠짝 마른 떡이 찜통에서 살짝 불려 져서 씹는 맛이 나되 지나치지 않았다. 여러 가지로 해서 여러 사람에게 시식을 해본 결과도, 가래떡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맛이 중요하지만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정확한 내용물의 비율을 산출하기 위해 보름정도의 시험생산으로 정확한 계량의 비율 표를 만들었다.

 

거의 모든 준비가 끝나갈 무렵부터 1호점 물색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어머니 가게에서 시작하는 것도 생각했으나, 어머니의 반대가 의외로 완강했다.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다시피 하던 가게를, 실험대상으로 내놓는 것에 대하여 두려워하시는 것이 분명했지만, 어머니는 그런 내색은 감추고, 지금의 만두 가게는 위치가 너무 안 좋고 건물도 너무 낡았으니, 1호점은 좀 번듯 한데다,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돈이 부족하면 일수 돈이라도, 변통해 보겠다고 덧 붙였다.

 

만두가게는 웬 만한 장소에 웬만한 크기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별 어려움 없이 숭인동시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1호 점을 얻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만원 이었으니, 좋은 자리는 아니지만, 이곳에서 성공한다면 그 어느 곳에 라서도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결정했다.

 

개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열 평정도 되는 가게 전면으로 만두기계, 그리고 찜통들과 밀가루 등 재료들과 상 하 수도를 여유 있게 배치하니 5평 정도가 소요됐다. 고객이 만두를 먹는 시식장소는 뒤편으로 정하고 출입문은 옆으로 만들어 조리실로 들락거리지 않게 하여 독립 공간으로 만들었다.

 

보통의 만두가게는 시식장소가 없이, 만두를 사서 갖고 가는 형태로 운영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관영은, 5평 정도의 시식당을 마련했다. 구조는 넓이 30cm의 판때기를 ㄷ자 벽을 따라 쭉 붙여 설치하고 나무의자도 판때기를 따라 놓고, 가운데에는 긴 나무 테이블을 놓았다. 모두 같은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밝고, 아늑해 보이도록 했다. 간판도 평범하게[광수네 만두]라는 간판을 흰 바탕에 검은색 붓글씨체로 썼다.

 

개업 하루전날,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실연을 해보였다.

 

그 동안, 어머니는 가게일 때문에 한 번도 실연에 참관을 못 했었는데, 이 날 만큼은 안 올수가 없어서 문을 일찍 닫고 왔다고 했다. 앙증맞은 작은 만두가 스르르 만들어져 나오는 모양을 보며 신기해하던 어머니 얼굴표정이 애매모호 해졌다.

 

“엄마! 뭐 이상한 게 있어요?”

 

관영이 다급하게 물었으나, 어머니는 대답이 없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기계를 꼼꼼히 살폈다. 관영의 재차 물음에도 어머니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잘 만들었네! 잘 만들었어.…애썼다.”

 

관영이 또 물었지만 어머니는 애매하게 얼버무렸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든 관영은 내일 첫 출발에 대한 흥분으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관영을 찾았다.

 

“자냐? 안자면 잠깐 일어나 봐라!”

 

관영은, 벌떡 일어났다. 심상찮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말을 해야 할 것 같다.…그 기계 말이다”

 

“기계? 기계가 왜요? 엄마…”

 

관영은, 기계라는 말에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만두 전문가가 아닌가?

 

“아니! 기계가 아니고 기계위쪽에 붙여놓은 글씨 말이다. ‘손이 전혀 닿지 않는 기계만두’ 라는 말을 써 붙였잖니? 그 뜻이 깨끗한 만두라는 거잖니?’

 

“그게 왜요?…손으로 만두 빚는 사람들을 욕보이는 것 같아서요?”

 

“그게 아니고, 내 눈에만 그렇게 보였나? 거 왜? 만두피에 만두소가 떨어지는 모양이 이상하지 않니?”

 

관영은, 도무지 감이 안 왔다.

 

“깨끗한 만두라며…그런데 만두소가 만두피에 떨어지는 모양이 꼭 애기들 똥 싸는 모양하고 똑같아 보이던데, 내만 그렇게 보이는 건지, 다른 사람들은 그런 얘기 없었니?”

 

관영은 아연 실색했다. 겨우 혼잣말처럼 중얼 거렸다.

 

“없었어요. 아무도!…”

 

그러나 이미 관영의 머릿속에서는, 어린아이 똥 싸는 모습이 기계의 그 것과 오버랩 되고 있었다.

 

“엄마!… 엄마 말이 맞아요. 다른 사람도 느꼈을 텐데, 다들 자기에게 저질이라고 말할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못 느끼는 것을, 괜히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러고 보니 나도 처음에 그런 생각을 얼핏 했는데, 다들 모르는 걸 보고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하고 넘어 갔던 거고, 이 기계를 전면에 설치하여 만두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차있어서, 그 후부터 지금까지, 못 느낀 게 아니고 안 느끼기로 작정한 거지. 그래서 엄마도 그것을 느꼈지만, 말하기가 망설여 진거지요? 그런데 바로 내일 개업을 한다는데, 그냥 넘어가자니 마음에 딱 걸려서, 벼르고 별러서 이제야 저한테 말씀하신 거고요.”

 

“그래! 네 말 그대로다. 이걸 말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얼마나 속을 태웠는지…”

 

어머니는 가슴을 쓸어내렸고, 관영은, 벌떡 일어나 큰절을 했다. 아직 시작 전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문제가 나왔으니 답을 찾으면 될 것이다. 병명은 하나이지만, 고치는 방법은 열 가지가 있다고 하지 않던가, 만두피에 만두소가 떨어지는 그 부분만 보이지 않게 가리면 될 것이다.

 

그러자 바로 퍼뜩 떠오르는 형상이 있었다. 올림픽 공원에서 보았던 묘한 조각상의 모습이었다.

 

다음날, 아침 가게를 맡아서 일을 할 아주머니에게 개업 날짜를 하루 연기한다는 조치를 취하고, 기계의 가림 부분을 종이로 모양을 만들어 간판 집으로 갔다. 불과 두 시간 후에 완제품을 찾아와, 기계전면 우측 상단과, 옆단에 단단하게 부착했다. 관영은 더없이 만족 했다.

 

기계 전면의 윗부분에서, 가림막이 밑으로 직선이 아닌 얼굴의 옆모양 형태로 흘러 내려와 우변 밑으로 마무리되는데, 만약 그대로였다면, 그것을 보고, 얼굴 모양을 연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옆얼굴 모양의 눈 위치쯤에 두 개의 구멍이 뚫려져있고 입 위치에는 입을 ‘요’자를 발음할 때의 모양같이 아래위로 걀쭉하게 구멍이 뚫려져 있어서, 전체적으로는 깜짝 놀라는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보였다. 더구나 그 얼굴 모양의 입 위치쯤에서, 만두가 만들어져 흘러가는 모습이 절묘했다.

 

사람들이 만두기계를 보면서, 만두가 만들어지는 모양도 신기하지만 가림 판의 얼굴모양이, 더 머릿속에 남는다고 했다. 생각도 못했던 트레이드마크가 어머니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하늘이 유난히 높은 그 가을날 10월 6일 드디어 문을 열었다.

 

대 성공이었다. 만두가게 앞에는 계속 구경꾼들이 진을 쳤다.

 

유리 상자 속에서 만두가 만들어져 돌아가는 장면이 신기하기도하고 정갈해 보이기도 했다.

 

어머니 만두가게에서는 왕 만두 1개에 200원인데, 500원엔 3개 1000원엔 7개를 주었으며, 하루매출은 7∼8만원 정도였고, 주말에는 조금 더 올라서 10∼12만원까지 됐다. 관영의 1호점에서는 개당 100원씩으로 500원 단위로만 팔았고, 많이 사더라도 덤 없이 똑 같은 가격으로 팔았는데, 약간의 실랑이도 있었지만, 그 방침을 고수했다. 첫날 매출이 36만원으로 3600개를 팔았다. 첫날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다음날에는 42만원을 그 다음날은 48만원 그다음날인 일요일에는64만원 어치를 팔았다.

 

첫1개월 매출이 얼추 1500만원에 이를 것으로 판단되자 성공을 확신했고 의욕적으로 일을 진행 시켰다.

 

매장에 아주머니 두 명을 더 채용하여 다음을 준비했고, 기계 30개를 추가주문하고 2호점 3호점을 계약하고, 1호점에서 머지않은 곳에, 허름한 건물 2층의 40평정도 되는 곳을 사무실 겸 공장으로 임대를 했다.

 

1호점을 내고 2호점을 내는데 37일 걸렸고 3호점 내는데 다시 12일이 걸렸다.

 

연달아 4,5,6,7.8.호점 계약을 하고 거칠 것 없이 벌려 나갔다.

 

대부분의 사업은, 흑자가 나더라도 초기에는 적자를 보다가 차츰 흑자가 나는 게 보통인데 만두가게는 첫 달부터 흑자가 났다. 흑자가 나도 많이 났다.

 

관영은 사업에 대한 자신감으로 남자직원을 채용하여 새로운 점포를 찾게 했고 영양사와 조리사를 자격증 있는 사람을 채용했다. 새로운 가게를 내면 먼저 번의 가게에서, 일하던 아주머니를 점장으로 하고 별도의 아주머니 2명을 채용하여, 일을 배우게 해서 다음 가게 오픈을 준비했다. 정식으로 사업자등록을 했다. 회사 이름을[청천 상사]라고 정했다. 개업하던 날의 푸른 하늘을 기억하고 그냥 그렇게 정했다

 

가게를 계속 늘려갔다

 

1년이 지났을 때는 32개로 늘어났고, 점점 더 가속도가 붙어갔다. 수많은 만두가게에서 또는, 신규로 만두가게를 하려는 사람들이 기계를 구입하려고 밀려왔는데, 지방 업자에게만 교육을 이틀간 해주고 팔았고, 수도권 지역 사람들에게는, 기계를 판매하지 않고 매월 7만원씩에 임대를 해주되, 만두재료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했다.

 

먼 훗날까지 두고두고 화제가 됐고, 관영이 나중에 유명인이 되는데 톡톡히 한 몫을 한, 일화가 이때에 탄생했다.

 

기계는 공장에서 생산 원가가 32만원이고 그중, 주물공장출고가는20만원 이었는데 기계주문이 밀려들어오자 한꺼번에 1000개를 발주하고 온 사장님이 싱글벙글하며 관영에게 또 다시 무용담을 토해냈다.

 

“야! 관영아! 내가 오늘 돈 좀 벌었다.”

 

관영은, 영문을 몰라 하고 있는데, 사장님은 싱글벙글 이다.

 

“20만원 하는 주물 값을, 1000개를 발주하는데 어떻게 똑같은 가격으로 할 수 있느냐? 반값으로 하자 했지! 개들, 요즘 우리일 아니면 일이 없거든,…펄쩍 뛰더라구. 그래서 3만원 올려줬더니, 죽을 맛인가 보더라구! 그래서 한참 실갱이를 한 다음 못이기는 척하면서 2만원 더 올려줘서 15만원에 하기로 했어, 어때? 잘했지! 대당 5만원씩 깎았으니 1000대니까 5000만원을 한방에 벌은 거야! 하하하! 관영아! 돈은 이렇게 버는 거야! 5000만원이면 집도 하나 살 수 있을 걸? 오늘 술 한 잔 멋지게 해야지, 야! 그런데… 니 표정이 왜 그러냐? 뭐! 안 좋은 일 있었냐?”

 

관영은, 심호흡을 했다.

 

관영은, 아무 말 없이 가게를 나와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의 벤치에 앉아서 근 30분정도 생각을 정리했다.

 

가게로 돌아온 관영은, 사장님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사장님!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습니다.”

 

“뭐가? 니 오늘 뭐 낭패 본 것 있냐?”

 

“제가 아니고요. 사장님이 잘못 됐다니까요.”

 

“내가? 뭔 소리야!…가격 더 깍으라구?”

 

“사장님! 잠깐만요. 제가 말씀드리는 중에는 아무 말씀 말아주시고 제 말씀만 들어주세요. 아셨죠.…”

 

“그래 알았다. 해봐!”

 

관영은 심호흡을 하고 차분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장님! 사장님이 오늘 5000만원을 버셨다고 하셨는데, 그건,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5000만원을 손해 봤기 때문에, 5000만원을 번 것입니다.… 우리가 가격을 깎으면, 앞으로 [미래합금주물]에서 만들어 주는 우리 물건 품질이, 좋아질 가능성이 많을까요? 나빠질 가능성이 많을까요? 그 공장이 지금은 일감이 없으니, 공장을 놀릴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5만원을 내려서라도, 우리 일을 하겠다고 했다면, 그 공장에 일이 많아지면, 그때 가서는 우리 일을 못해주겠다거나 뒤로 자꾸 미루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땐, 그쪽에서 우리가 급한 것을 알았으니, 가격을 10만 원쯤 올려달라면, 어쩌시렵니까? 틀 자체가 [미래합금주물]에서 만든 것이고, 그 틀이 그 회사에 있는데…, 이런 식으로 서로 약점을 잡아서 자기이익만 챙기게 되면, 그 사업이 길게 갈 것 같습니까? 더군다나 모형에서 주물 틀 만드는 것을 공짜로 해준 고마운 회사인데, 도의상 그러면 안 되지요.… 사장님!… 오늘 하루가 다지나가기 전에, 얼른 가셔서 원래대로 하자고 그러시고요. 가실 때, 그냥 가시지 마시고요. 거기 직원들 먹을거리를 왕창 사들고 가세요. 아셨죠? 꼭요…. 우리 만두기계가 앞으로 전국을 휩쓸 건데, 그러려면 길게 봐야합니다. 나중엔 수출도 해야 되잖아요. 수출을 하려면, 기계품질이 완벽해야 큰 소리 치며 팔지요. 사장님! 당장은 손해가 나는 것 같아도, 길게 보면 그게 훨씬 이익입니다. 제 얘기는 끝났습니다. 꼭 그렇게 해 주세요. 얼른 가셔서 그렇게 처리하세요.”

 

사장님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야! 정관영! 너 언제부터 그렇게 돈이 많았냐? 5000만원이 얼마나 큰돈인지 알기나 하냐? 야! 인마! 집도 살 수 있는 돈이야! 그리고 지들이 못 하겠다구하면, 다른데 가서 하면 되지 공장은 쌔구 쌨어! 더 싸게도 할 수 있을 걸! 주물 틀? 그 까짓 거 다른 데서도 다 공짜로 만들어 주지, 야! 주문이 1000개인데 어딜 가도 어서 오십쇼지!”

 

관영은 대화가 전혀 안 통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작전을 바꿨다.

 

“그래요? 사장님 그러면 제 물음에 대답해보세요”

 

“그래! 해봐 뭔데!”

 

“사장님이 제 도면을 가지고 [미래합금주물]회사로 가셨을 때, 사장님이 아시는 공장이 쌔고 쌨는데 왜 그 회사를 골라서 가신 거죠?”

 

“그야! 미래가 제일 괜찮은 회사니까. 실력도 제일 나으니까. 그런데 다른 데도 잘하는 데가 많아…거기만 잘하는 게 아냐!”

 

사장님 말씀이 힘이 빠져 점점 흩어져 나왔다.

 

관영은 이제 됐다고 판단했다.

 

“사장님! 더 이상 아무 말씀마시고, 제 뜻대로 해 주세요 앞으로 기계가10000대도 더 필요할 겁니다. 길게 보십시다. 사장님, 정 욕심이 나시면, 제 지분에서 10% 더 가지세요. 저는70%면 충분 합니다. 그렇게 하세요.”

 

“이자식이 누굴 돈 벌레 인줄 아나! 야! 인마!…너, 성인군자 인척하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한테 물어봐라, 다 내말이 맞다구 할 거다”

 

관영은 사장님이 말은 그렇게 하지만, 속으로는 이미 다른 생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는 큰돈을 벌게 될 거예요. 크게 생각합시다. 제가 아는 사장님은 진짜 의리 있고, 괜찮으신 분이셨는데,…다시 한 번 보여주세요. 멋지게 ”

 

하곤 사장님이 뭐라 할 새도 없이 가게를 나와 버렸다

 

그날, 오후 사장님은 마장동 정육점에서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사서 싣고[미래합금주물] 공장엘 가서 있었던 일의 전말을 다 털어 놓고 얘기했단다.

 

그곳 사장님은 감격한 나머지, 모든 직원들에게 당장 월급을 조금씩이나마 올려 주겠노라고 선포하고, 돼지고기 잔치를 벌였는데 이모든 것이 젊은 정관영 사장의 배려라는 말을 몇 번씩이나 직원들에게 반복 했더란다.

 

구리시에서 있었던 이일은, 직원들의 입을 통해서 퍼져나가 청계천에도 전해지게 되어 정관영은 졸지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렇게, 약 5년쯤 지났을 때, 관영은 30세가 되었고 직영점은 500개가 되었고 체인점은 6200개가 넘었다. 지방 점에 기계를 판 것은 18000대가 넘었다.

 

본사를 강남에 새로 지은 8층짜리 건물을 구입하여 입주했다. 재료공장을 강남, 구리. 방학동, 녹번동, 신림동, 역곡, 김포, 등 7곳에 땅을 사서 단층으로 지어 가동했다. 공장부지는 가급적 넓은걸 샀는데 그중 제일 큰 땅은 역곡으로, 농지를 27000평을 사서 본 건물은 300평짜리 2동을 지었고 직원 숙소용으로 두 채를 지었다. 제일 적은 것은 방학동으로 3400평 이었다.

 

관영은, 자신이 의외로 땅 욕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장을 짓는다는 명분은 있었지만 땅을 보면 우선 사고 난 다음에 명분을 만들어 채웠다.

 

관영이 직영점을 500개를 운영하면서도, 상호를 하나로 통일하지 않고, 만일에 대비해서 각 점장의 재량으로 각각 다르게 짓게 했다. 음식이라는 게 아차하면 불량식품으로 낙인찍힐 염려가 있기 때문에, 똑같은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다가 어느 한 곳에서라도 낙인이 찍히면, 전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간판을 제각각으로 한 것과 또, 하나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행에 옮겼다

 

각 공장이 있는 소재지의 구청 식품위생과에 자신의 공장을 불시에 검열해 주도록 신고를 하는 것이었다.

 

관영이 일본과 독일의 유명 식품회사의 공장을, 몇 번씩 견학한 뒤, 최첨단으로 시설을 하고, 종업원들에게도 일본 공장견학도 시키고 꾸준히 교육을 했지만, 종업원들의 정신이 버쩍 나도록 하는 것은, 식품위생과의 검열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해서, 내부고발인 것처럼 아주 구체적으로 제보를 했다.

 

이를 테면 찌꺼기 걸러내는 망의 손잡이 밑이라든가, 채소를 쌓아 두는 받침대의 뒷면이라든가, 냉장고의 몇 째 칸 등, 내부직원이 아니면, 도저히 알 수없는 곳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서, 우편으로 신고를 했다.

 

검열관들이 공장을 돌아보곤 깔끔함에 놀라면서도, 신고한 부분에 대해서는 꼼꼼히 검열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소식은 다른 공장들에게도, 즉각 효과만점으로 나타나기 마련이었다.

 

여러 번 신고하다보니, 신고 한사람이 사장이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구청직원에게 면박도 받았지만, 화제 거리가 돼서 지역신문에 기사가 뜨기도 했다. 검열이 있은 후에는 확실히 모든 위생관념이 보다 철저해졌다.

 

회사가 점점 커지자 이번에는, 세무서에 진정서를 냈다.

 

이번에는 사장이름으로, ‘우리 회사가 아무래도 탈세를 하는 것 같으니 세무조사 좀 해주십시오.’ 라고 진정서를 냈다. 구체적인 제보가 아닌 전체를 조사해달라는 포괄적인 진정서였다.

 

세무서에서는, 이게 아마 사장이라는 자가, 자기회사 직원들의 횡령이 있지 않나 하는 의심 병이 들어서 진정서를 냈으리라고 지레짐작하고 세무조사를 나왔다.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횡령은 없었고, 액수는 많지 않았지만 여러 건의 탈세가 드러났다. 그 건들에 대해서 직원들에게 해명서를 작성하게 하여, 세무직원과 다투게 해서 몇 건은 깔끔하게 해소가 되었고, 해명 되지 못한 건에 대해서만 세금에 과태료를 가산한 금액을 냈다. 그리고 직원에게 그 건에 대하여 철저히 배우게 했다.

 

사실 세금을 비롯한 회계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사업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한사람도 없을 것이라는 게, 관영의 생각이었다.

 

관영의 재산이 하루가 다르게 불어났다..

 

더구나 그동안 땅값이 정신없이 올라가서, 현 시세로는 얼마정도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이후로도 관영의 땅 사랑은 그치질 않았다. 경부 고속도로를 기준해서 말죽거리, 분당, 판교, 기흥. 등으로 집중해서 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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