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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정희, 치매걸려 사람도 잘 알아보지 못한다는 슬픈 소식

김덕권 시인 l 기사입력 202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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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권 시인.     ©브레이크뉴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들의 젊은 시절 은막(銀幕)을 누볐던 영화배우 윤정희(1944~)가 치매(癡呆)에 걸려 사람도 잘 알아보지 못한다는 슬픈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윤정희의 부군 백건우(1946~)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지금은 연주활동을 접고 아내의 병 바라지에 모든 정성을 쏟고 있다고 하네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언제든지 우리에게도 찾아올 수 있는 병마(病魔)입니다. 치매는 뇌의 신경세포가 대부분 손상되어 장애가 생기는 대표적인 신경정신계 질환입니다. 노인들에게 있어 가장 흔하게 나타나지요. 치매는 진행성이며 균형 감각까지 쇠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또한 더 악화되면 일상적인 일 수행, 시간 및 공간을 판단하는 일, 언어와 의사소통 기술, 추상적 사고능력에 돌이킬 수 없는 감퇴가 일어나고 성격이 바뀌며 판단력에 손상을 입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노인인구 중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 병을 앓고 있으며,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2014년 말,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 638만 5,559명입니다. 그 중 61만 2,047명이 치매환자입니다. 무려 유병 율이 9.6%라고 하니 어찌 걱정스런 일이 아니겠는지요?

 

그 윤정희의 부군 백건우는 요즘 아내의 병수발을 들면서 ‘사랑의 꿈’을 꾸고 있는 중입니다. 〈사랑의 꿈〉은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 1811~1886)가 독일의 시인 울란트와 프라일리그라트의 시를 바탕으로 작곡한 가곡입니다.

 

부부란 무엇인가요? 어둑한 밤, 커튼 사이로 희미한 빛이 스며듭니다. 여든이 가까운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슈베르트 즉흥곡을 연주합니다. 여리고 잔잔한 선율에 빛과 어둠이 엇갈립니다. 아내 없는 삶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음악가 남편이 지켜봅니다.

 

“여보 소금 통이 비었네.” 그러나 아내는 초점 잃은 눈으로 식탁만 내려다봅니다. “여보, 나야나,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여보, 제발... 얼른 내 얼굴을 좀 봐” 영혼마저 잿빛으로 시드는 치매 앞에서 남편은 영원할 줄 알았던 것이 영원히 사라졌음을 깨닫습니다.

 

지금 백건우가 치는 이 익숙한 멜로디는 ‘리스트’가 연인에게 바친 <사랑의 꿈>입니다. 언젠가 피아니스트 백건우 독주회에서 아내 윤정희가 남편을 바라보며 남편 백건우의 연주에 맞춰 낭랑힌 목소리로 읊었던 그 노래입니다. 당대 최고의 명배우 윤정희! 별처럼 빛났던 정상의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와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아내로 살아온 지 43년! 윤정희는 웬만해선 미용실에 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40년을 넘게 이렇게 남편이 머리를 잘라주고 매만져 주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백건우를 뺀 윤정희, 윤정희 없는 백건우를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늘 함께 다녔기에 휴대전화도 한 대를 같이 썼다고 합니다. 언젠가 남편은 아내를 가리켜 “평생 꿈만 꾸면서 사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아내도 “삶의 마지막 모습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면, 꿈꾸며 가고 싶다.”고 했지요. 그랬던 그 아내가 5년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남편 백건우는 밝혔습니다. 공교롭게도 윤정희의 마지막영화 <시(詩)>에서 연기한 주인공 역이 치매를 앓는 할머니 역이었습니다.

 

윤정희는 이제 딸도 잘 알아보지 못한다고 합니다. 딸에게 “오늘 촬영은 몇 시냐?”고 묻곤 한다는 말에서는 슬프게도 인생은 ‘Sad Movie(슬픈 영화)’가 아닐까요? 많은 대중이 사랑했던 여배우가 어둠에 갇힌 모습을 생각하면 늦가을 찬바람처럼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하고 스산하기 까지 합니다.

 

하지만 “아내가 아프고 난 뒤 피아노 소리도 달라졌다.”는 남편 백건우의 말에서 그나마 따스한 위안을 받습니다. 어둠 속 아내에게 남편은 한줄기 빛이 되어 줄 것입니다. 부부는 이런 건가 봅니다. 불교에서는 부부의 인연을 맺으려면 무려 8천겁의 선연이 있어야 가능할 만큼 대단한 인연이라고 합니다.

 

1겁이라는 것은 100년마다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사방 15km가 되는 큰 바위에 옷깃을 살짝 스치는데 그 바위가 다 닳을 정도의 세월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오백 겁의 인연이 있어야 옷깃이 한번 스치고, 일천 겁의 인연은 같은 나라에 태어나게 하며, 삼천 겁이면 하룻밤을 함께 묵게 됩니다.

 

그리고 오천 겁이면 한동네에 살게 하며, 칠천 겁이면 한집에 태어나 살게 하고, 팔천 겁이 되어야 부부의 연이 맺어 진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부부의 만남이 보통 인연이 아닌데 어찌 황혼이혼이란 말이 있는지요?

 

인연의 소중함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덕화만발 가족도 최소한 6천겁의 인연들이 모인 곳입니다. 정(情)을 두고 무정하게 떠나는 인연만은 안 되면 좋겠습니다. 더욱이 평생을 함께한 부부가 사랑의 꿈을 함께 꾸다 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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