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지금까지 최선의 노력을 해왔어요!

이헌영 소설가 l 기사입력 2020-09-13

본문듣기

가 -가 +

▲ 이헌영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11. 가연 갤러리 3층

 

 

 

경복궁 옆 팔판동 가연 갤러리는 어렵지 않게 찾았다.

 

1,2,층의 갤러리는 전시시간이 지났는지 불이 꺼져 있었고 3층만 불빛이 보였다. 관영이 먼저와 기다리고 있음이다.

 

건물 외벽으로 지그재그 설치된 철 계단을 오르며 조금은 긴장을 느꼈다. 3층에 올라 노크를 해야 하나하고 잠시 숨을 고르는데, 철문이 손잡이 소리도 없이 열렸다.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관영이 손을 잡아 이끈다.

 

“네! 일찍 오셨나 봐요!”

 

장훈이 맞받아 인사를 하며, 실내를 돌아보니 15평 쯤 되는 공간에 간단한 살림도구들이 갖춰져 있었다.

 

특이한 것은, 안쪽 벽에 제법 큰 녹색칠판이 걸려있었다.

 

“설명을 하기에, 칠판이 유용할 것 같아서 준비를 했습니다. 화이트보드 칠판은 미끌미끌 해서 쓰기가 불편 하더라고요. 저는 좀 구식이라…”

 

장훈의 눈길이 칠판에 관심을 보이자 관영이 얼른 설명했다.

 

“아! 그랬군요. 저도, 이 칠판이 좋던데요. 백묵가루가 좀 날려서 그렇지…이게 좋아요.”

 

“자! 앉읍시다. 우선, 차 한잔하시고 시작하죠.”

 

작은 탁자에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았다.

 

“오실 때,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 같지 않았어요?” 관영이 물었다.

 

“좀 변복을 해서 그런지, 택시기사도 몰라보고요. 일부러 저 밑에서 내려서 걸어 왔습니다. 안경 바꿔 쓰고 모자만 써도 되는데, 만약을 생각해서 마스크를 좀 올려 쓰고 왔더니, 몰라보더라고요. 메르스 때문에 마스크를 써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없어요.…저보다야 요즘 의원님이 훨씬, 유명하시니까 의원님이 더 어려울 텐데요. 어떻게 오셨어요?”

 

관영은 씩 웃으며 답했다.

 

“저는, 제차로 오다가 중간에서 내려, 밑에 있는 아반떼를 운전해서 왔습니다. 우리 수행비서는, 제가 좋은 데가 따로 있어서 샛길로 빠지는 줄 알거에요.…하하하!”

 

“아! 그렇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혹시 정말 좋은 곳에 숨겨놓은 분이 있으신 건 아니고요?”

 

장훈은, 순간 괜한 농을 했다고 후회하며 손 사례를 쳤다.

 

“아니! 아니! 괜찮습니다. 그 정도 말씀이야, 기왕 질문하셨으니… 저는 집사람뿐입니다. 안 믿어지십니까? 하하하!”

 

관영도 손 사례를 치며 유쾌하게 받았다.

 

“아유!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결례를 했습니다.”

 

장훈은,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관영은, 고개를 숙여 가면서까지 마음을 내보이는 장훈에게 신뢰를 느꼈다.

 

“자! 이제 시작해 봅시다. 제[한 생각]읽어 보셨지요? 어떠셨습니까?”

 

관영이 장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한, 스무 번쯤, 읽었을 겁니다. 정말 놀랬고요. 특히[기부권 거래소]아이디어가, 정말 절묘하다고 생각했고요. 아! 그래서 생각해 봤어요. 이[한 생각]을 제대로 이 나라에 실현시키려면, 의원님이 직접 하셔야 된다. 내가 해서는 제대로 될 수가 없다. 라는 결론이 나오더라고요.…제가 양보를 할게요. 제가 결정적일 때, 의원님을 지지하고 후보를 사퇴하면 되잖습니까? 어차피 지금, 지지율이 저보다 몇 배나 높으신데, 제가 물러나는 게, 순리인 것 같습니다. 의원님 그렇게 하십시다.”

 

관영은, 장훈의 손을 맞잡으며 눈을 맞추었다.

 

“아! 의원님!… 고맙습니다. 문득,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모두 의원님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의원님! 저는 안 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이 나라는 불행해집니다.[한 생각]도 실현시킬 수도 없고, 온통 싸움판으로 난리가 날 겁니다. 저는 그것을 확실히 아니까, 의원님께 바통을 넘긴 겁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죠? 의원님의 아이디어이고, 따라서[한 생각]을 속속들이 잘 아시고, 문제점도 잘 아시니까, 실현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걸림 들을, 가장 잘 해결하실 수 있고, 그리고, 워낙 높은 지지율이라, 걸림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 아닙니까? 의원님의 지지율이라면, 무엇이든지 가능할 겁니다.”

 

장훈이 말을 마치자, 관영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칠판 쪽으로 가서 흰 분필로 천천히 힘주어 글씨를 썼다.

 

‘중학교 중퇴’

 

관영이 천천히 돌아섰다. 꾹 다문 입술에 비장함이 절절하다. “의원님! 이것 때문에도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학력이 매우 높은 나라입니다. 학력 높은 사람들이, 저 같은 사람을 가리켜 가짜라고 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지식인들은 못 견딜 겁니다. 지식인들의 생리를 모르십니까? 아니, 그게 맞는 겁니다. 그들이 본류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제가, 아무리 인기가 많다고 해도 제가[한 생각]을 들고 나갔을 때와, 의원님이 들고 나갔을 때, 지식인들이 받아드리는 감정의 폭은, 엄청나게 차이가 날겁니다. 저 같은 중학교 중퇴가 들고나가면, 거부반응이 먼저일어 날겁니다. 모르긴 하지만, 검증, 검증, 또 검증, 그러다가 결국엔, 본래의[한 생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시믈레이션 해본 것입니다. 내가[한 생각]을 들고 대통령후보로 나섰을 경우, 어떤 현상이 벌어질 것인가? 저 자신도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되고 싶은 마음이, 정말로 추호도 없습니다.” 

 

관영은, 감정을 절제하지 않고 쏟듯이 말했다.

 

장훈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 말했다.

 

“그래도 의원님은, 많은 아이디어를 현실에 접목시켜서, 성공을 거두셨고, 이 나라 국민들은 그 사실들을 똑똑히 보고, 들어서 알고 있잖습니까? 그러면서도, 어느 계층에게도 치우치지 않으셔서, 전 계층에게 지지를 받고 있고요. 사실 지금껏, 양극화 문제나, 출산율문제, 자살문제, 영호남 갈등문제, 만성적인 내수부진문제, 등 이런 것들이 문제다. 라고 말들은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이렇다 할, 대안제시를 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분명 국가전체의 재산 대부분이, 극소수의 부유층에 몰려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에게 ”당신들의 그 많은 재산, 좀 나누어 쓰자”하고, 배짱 있게 말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어설피 그랬다가는, 공산주의 빨갱이로 몰리기 십상이니까요. 그런데, 의원님의[한 생각]은 부유층, 중산층, 빈곤층, 모두에게 손해가 없고 국가재정을 축내지도 않으면서, 온 국민을 화합하게 하는 아이디어, 아닙니까? 부유층과 중산층만 있고, 빈곤층은 없는 나라라니, 이게 보통 아이디어 입니까? 물론 넘어야할 것들도 있지만…결과에 비해서 그것들은 작아 보이더라고요. 기부권 거래소 아이디어는, 정말 절묘 했습니다. 자! 그러니 의원님! 제가 결정적일 때, 의원님을 지지하고 물러설 테니까요. 의원님이[한 생각]을 완성시키십시오. 그게 순리입니다.”

 

장훈도, 감정을 절제하지 않고 쏟듯이 말했다.

 

관영의 표정이 활짝 밝아진 채로 말했다.

 

“의원님![한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셨네요.”

 

“그럼요 한 20번쯤 읽으면서 생각하고 저도 시물레이션도 해보면서 읽었다니까요.”

 

“의원님![한 생각]이,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래요!… 정말 놀랬다니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현 시켜야지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성공 해야지요!”

 

“그럼 성공확률은 몇%나 될까요?”

 

“성공확률이요?”

 

“네! 성공확률이요.”

 

“성공확률이라…?”

 

“차분히 생각해 보자고요. 성공은 시켜야 되겠는데, 저들이 가짜라고 이름 붙일게 뻔한 제가[한 생각]을 들고 나갈 때와 의원님이 들고 나갈 때, 어떤 것이 더 확률이 높을까요?”

 

“……”

 

“저는, 우물 안에서만 논 사람입니다 그에 비해서 의원님은, 모두가 인정하는 정통코스를 밟아서 오늘에 이른 사람입니다. 똑 같은 내용의[한 생각]을 들고 나가더라도, 제가 들고나갔을 때와, 의원님이 들고나갔을 때는, 다르게 보일 겁니다. 이건 어쩔 수없는 현실입니다. 저 같은, 학력미달의 풋내기가 내놓은 국가개조를, 덥석 찬성할 수는 없는 거지요. 특히 글 잘 쓰고 말 잘하는 지식인들이, 받아들일 수는 없지요. 제가 오죽했으면, 의원님께 의탁해서 하려고 하겠습니까? 골백번도 더 생각한 끝에 결론 낸 겁니다. 제가 들고나가면 50%의 가능성도 못 될 겁니다. 반대로 의원님이 들고 나갔을 때는 7∼80%의 확률이 있다고 봅니다. 거기에 제가 어떻게 처신하고, 또, 한 가지만 뜻대로 되어준다면, 성공확률은 90%이상 일 겁니다.”

 

“또, 한 가지라니…무슨 얘기입니까?”

 

“이[한 생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유층의 동의를 얻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인데, 그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찾아 질 겁니다.”

 

“아! 그렇지요. 부유층의 동의…”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보다는, 의원님의 결심이 우선입니다. 그래야만, 다음계획을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결심해주십시오. 결심해주셔야 합니다. 부탁합니다.”

 

관영은, 간곡한 마음으로 머리를 숙였다. 장훈도 황급히 마주 고개를 숙였다.

 

“아이고! 의원님! 이러지 마세요. 아! 이거 참 어렵네요.”

 

두 번째, 만남은 본론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서로 양보하겠다고 논쟁 아닌, 논쟁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장훈이 최종적으로 말했다.

 

“의원님! 솔직히 저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지금까지 최선의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의원님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놓은 아이디어를, 제 공약으로 내세워서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양심상 도리에 맞지도 않고, 시행과정에서도 온 국민을 불가피하게 속여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제가 하는 것이 확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하시니 곤혹스럽습니다. 이렇게 하시죠! 이 결정문제는, 좀 더 시간을 갖도록 하십시다. 아 아! 제가 긍정적으로 생각은 하겠습니다. 어떠한 경우라도[한 생각]의 성공적 실현을 우선하겠습니다.”

 

이번엔, 장훈이 고개를 숙이며 두 손을 내밀어 관영의 두 손을 잡았다. 뜨겁게 젖은 눈길을, 잠시 마주쳤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Copyright ⓒ 브레이크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