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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들이 내가 없는 사이에 모반을 꾸미고 있을 줄이야!

리채윤 소설가 l 기사입력 2021-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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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채윤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제3장 -중

 

연개소문의 죽음

 

664년 10월, 고구려의 수도인 평양성은 연개소문이 죽었다는 소문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대막리지 연개소문께서 돌아가셨다면서요?”

 

“그래요? 그러면 앞으로 고구려는 어떻게 되는 걸까?”

 

백성들이 그런 걱정을 할 정도로 연개소문이 고구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대한 것이었다. 그는 태왕을 제거하고 새로운 태왕을 세웠으며 태왕 이상의 권력을 지닌 절대 권력자요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였다. 또한 그는 평생 동안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싸움마다 승리한 백전백승의 명장이자, 고구려의 실질적인 통치자로 그 위세를 온 세상에 떨친 영웅이었다.

 

“아, 연개소문 장군께서 돌아가셨다니 큰일이로구나! 그 분이 10년은 더 살아 계셔야 하는 건데! 이제 당나라와 신라의 협공을 어떻게 막아낸다 말인가?”

 

안시성의 성주가 되어 있던 대중상은 연개소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렇게 탄식했다. 대조영도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연개소문께서 확실한 후계자를 세워놓지 않아서 걱정이다. 이제 연씨 형제들의 세력 다툼이 나라의 화근이 될 것이다. 이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고구려의 앞날을 걱정하기는 양만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비록 연개소문의 정책에 번번이 맞서기는 했지만 그의 지략과 추진력은 따라올 자가 없었다. 그의 아들들은 그의 장점보다는 단점만을 이어받은 것 같아서 걱정이구나.”

 

연개소문에게는 연남생(男生), 연남건(男建), 연남산(男産) 등 아들이 셋 있었다. 그도 대부분의 독재자들처럼 아무도 믿지 않은 탓에 아들조차 믿지 못해서 후계자를 제대로 키워놓지 못했다. 세 아들들은 연개소문 사후의 권력승계 문제로 연개소문이 병상에 눕게 되자 암암리에 쟁투를 벌이고 있었다.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한 연개소문은 세 아들과 동생 연정토를 불러들였다.

 

“너희들은 내 말을 잘 들어라. 우리 연씨 가문은 대대로 고구려를 다스려온 명문 가문이다. 이제 내가 세상을 떠나면 너희 셋은 합심해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 너희 형제들은 고기와 물과 같이 화합하여 작위를 다투는 일을 하지 말거라. 만약 그런 일이 있으면 반드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앞으로의 세월은 지금보다 더 험한 세월이 될지 모른다. 백제가 망한 지금 신라는 오시탐탐 우리의 남쪽을 노릴 것이고 당나라는 더욱 거세게 전쟁을 걸어 올 것이다. 너희는 연남생을 중심으로 연남건, 연남산 셋이서 빛나는 대제국 고구려의 역사를 이어 가거라. 그리고 정토야, 너는 삼촌으로서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고 도와주기 바란다. 너희들은 삼촌을 내 대신으로 생각하고 말씀을 따르고 모시도록 해라.”

 

연개소문은 죽음에 앞서 형제들이 화합하라는 지극히 평범한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여망에도 불구하고 형제들은 화합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연개소문이 세상을 떠나자 큰아들 연연남생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삼군대장군으로서 병권을 잡았다. 그러나 그가 가진 권력이란 연개소문의 권력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것이었다. 연개소문이 죽자 조정에서는 많은 중신들이 그 권력을 나누어 갖기 위해 많은 모략이 오고갔다.

 

그 중 부기원(夫奇遠)은 부막리지를 지낸 노련한 정객으로 조정의 실권을 한 손에 거머쥐기 시작했다. 그는 과거 연개소문의 중원 정벌을 반대했던 최대의 정적이었다. 연개소문은 부기원의 세력들을 거세하는데 성공해서 정벌전쟁을 일으켰지만 이제 부기원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부기원은 연개소문이 죽고 나자, 재빨리 복권이 되어 귀족회의 의장이 되어 전권을 잡았다. 고구려는 원래 소노부(消奴部), 절노부(絶奴部), 순노부(順奴部), 관노부(貫奴部), 계루부 등의 5부족이 연합하여 다스리는 국가였다. 그중에서 계루부가 가장 강하여 동명성제가 왕위에 올랐고 그 후 왕위는 세습적으로 이어 나오게 되었다.

 

고구려의 국사의 시행 공포는 태왕이 하고 있으나 태왕은 귀족회의의 자문을 받게 되어 있었다. 따라서 귀족회의 대표들의 권한이 막강했다.

 

연개소문이 대권을 잡은 다음 맨 처음 시행한 것이 귀족회의를 해체시켜 버린 일이었다. 그러나 그가 죽고 나자 귀족회의는 부활되었고 그 기능을 되찾았다.

 

연개소문의 정적이었던 부기원이 귀족회의 의장을 맡자 그 전권을 잡게 되었다. 그는 연개소문의 과오를 들춰내어 고구려 파탄의 전책임을 그에게 전가해 버렸다. 그런 다음 그는 병권을 잡은 연연남생이 전권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계책을 꾸였다.

 

부기원은 우선 연연남생이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의심스럽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연연남생은 막리지 겸 삼군대 장군으로서 당나라 요동도행군을 압록강에서 막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3만 명이 죽는 참패를 당하고서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살아나온 적이 있었다. 부기원은 이 점을 들어 연연남생의 자질 문제를 거론했다.

 

이 문제는 연개소문의 장례 기간 중에는 잠복해 있었지만 장례 기간이 끝나자 권력 투쟁의 중대한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부기원은 만약 연연남생을 막지 못하면 또 다른 연개소문이 나온다는 지론을 내세웠다. 그래서 그는 그 싹을 자를 결심을 하고 이들 형제에게 이간책을 쓰기로 했다.

 

부기원은 왕사(王師)를 맡고 있는 승려 신성(信誠)을 만났다. 원래 신성은 불교를 크게 일으키려고 했으나, 연개소문이 도교를 들여와 장려하면서 불교를 천대한 것에 남몰래 앙심을 품고 있었다. 부기원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책략에 신성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었다.

 

“스님. 스님께서는 이제 국사로서 다난해지시게 되었습니다. 그간 너무 심난하셨지요.”

 

부기원의 그 말은 자신이 집권을 하면 불교를 장려하겠다는 말뜻을 담고 있었다.

 

“예. 너무도 적막하여 그간 도인의 경지에 이른 것 같습니다.”

 

신성의 그 말은 도교를 비꼬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속을 떠난 부처님은 민중을 구제하지 못하십니다.”

 

두 사람은 선문답 같은 이야기로 시작해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스님께서는 연씨 3형제를 어찌 보십니까?”

 

“소승이 어찌 그런 것까지 알겠습니까만, 연연남생은 아버지의 정책을 그대로 따르는 반면 연연남건, 연연남산 두 형제는 좀 더 온화하고 또 불교를 숭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소이다.”

 

“해서 말인데 만약 연연남생이 연개소문처럼 대막리지로서 전권을 장악하고 포악한 정치를 하게 된다면 백성은 다시 전쟁에 시달리고 민생은 도태되고 말 것이오. 또 그대로 도교를 장려하게 된다면 고구려의 불교는 허울뿐인 것이 될 것이오. 내가 그것을 막을 방책을 가지고 있으니 스님께서 나서 주시겠소?”

 

“그럼, 대인께서는 연연남생 대신에 연연남건, 연연남산 두 형제를 밀기로 결심하신 것이오?”

 

“그렇습니다.”

 

“그럼, 나도 대인의 뜻을 따르겠소.”

 

이렇게 해서 신성은 부기원의 계책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날 밤 신성은 연개소문의 아우 연정토를 찾아갔다. 연정토는 신성을 반갑게 맞이했다.

 

“대막리지께서 승하하신 것은 고구려의 큰 손실이옵니다. 하오나 이제 장군이 그 자리를 계승하시어 빛나는 유업을 남기셔야 됩니다.”

 

신성이 연정토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연정토가 자기가 형의 뒤를 이어 그 자리에 앉고 싶어 한다는 것을 신성은 잘 알고 있었다.

 

“스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감사하오. 하지만 형님은 연남생이를 내게 각별히 부탁하셨소.”

 

“그건 고인의 의지일 뿐 현실적으로 볼 때 고인의 자재 분들은 아직 나라를 이끌어나갈 경륜이 미약합니다. 이런 때 장군이 나서야 천하가 바로 됩니다. 형 자리를 아우가 계승하는 일은 많습니다. 장군은 이 좋은 기회를 잘 이용하시지요.”

 

신성의 권유를 받은 연정토는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하지만 폐하의 뜻이 어디 계신지 알 수 없는 일이오.”

 

“장군! 소승이 폐하께 진언하여 장군이 대막리지 자리를 계승케 해보겠소.”

 

그렇게 말하고 신성이 돌아가자 연정토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연남생에게 전권을 맡기기에는 그가 너무 어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하다가는 수 대째 이어온 최고 권력의 자리를 다른 귀족 가문에게 빼앗기 염려마저 있으니 자신이 국정을 맡아서 수행하다가 조카에게 물려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성격이 단순한 그는 신성의 말을 믿고 자기가 대막리지가 될 것을 기대하고 보장태왕의 왕명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는 잠자리에서도 자신이 형의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으로 알고 잔뜩 들떠 있었다.

 

한편 신성은 안학궁으로 들어가 보장태왕을 만났다.

 

“대막리지가 자리가 너무 오래 공석으로 있으면 아니 되옵니다. 후계자를 임명하시어 백성과 군사들이 마음을 놓게 하십시오.”

 

보장태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왕사의 생각은 어떠하오?”

 

“소승의 생각으로는 전 대막리지의 아들 연연남생이 가장 적당할 듯 합니다. 나이나 경륜으로 보아서 연정토가 적임자 같지만 그는 재상의 그릇이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신성은 연정토와의 약속과는 달리 연연남생을 추천하고 말았다. 그것은 이미 귀족회의의 대세도 연연남생에게 기울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뒤집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했지만, 부기원과의 밀약에 의한 삼촌과 조카 사이를 이간한다는 고도의 계책 때문이었다. 부기원으로서는 산전수전 다 겪고 노련한 연정토보다는 나이 어린 3형제를 이간시키는 것이 더욱 손쉬운 게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보장태왕은 왕사인 신성이 연연남생을 추천하는 것이 다소 의외라고 느꼈지만 연개소문의 추대로 태왕이 된 그로서는 연연남생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음날 연정토는 조카가 대막리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신성을 찾았다.

 

“어찌된 것이오? 어찌하여 폐하께서 연남생이를 대막리지로 임명하신 것이오?”

 

“소승이 폐하를 만나 뵐 때 이미 연연남생이 입조하여 손을 써 놓은 상태였습니다. 이제 이 나라는 또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 같습니다.”

 

신성은 엉뚱하게 딴 소리를 하고 있었다.

 

“맞아요. 연남생이도 우리 형님을 닮아서 성정이 강하고 굽힐 줄을 몰라서 내가 그것을 막으려고 한 것인데, 또 다시 우리 형님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게 된다면 정말 큰일이오.”

 

“제가 한 묘책을 일러드릴까요?”

 

“그것이 무엇이오?”

 

“어차피 대막리지의 자리는 연연남생에게 돌아 간 것이지만 그가 선임자처럼 독재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입니다. 연 장군께서는 연남건, 연남산 형제와 손을 잡으시고 연남생을 견제하십시오. 그 조카들과의 사이는 좋으신 편 아닙니까?”

 

“그건 그렇소만.”

 

연정토는 날아가 버린 대막리지 자리에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 것처럼 맥없이 대답했다.

 

한편 대막리지가 된 연연남생은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자임을 과시하고, 지방의 지지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직접 전국을 순회하기 시작했다. 연연남생은 자신이 도성을 비운 사이에 국정운영을 두 동생인 연남건과 연남산에게 맡겼다.

 

연연남생이 도성을 비우게 되자 부기원 일파의 모략은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했다. 부기원은 양동작전에 돌입했다.

 

부기원의 지령을 받은 신성은 연정토를 찾아갔다.

 

“연 장군은 대막리지 연연남생이 전국을 순회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이야 새로운 대막리지로서 지방을 순회하는 것 아니겠소?”

 

“허, 연 장군은 너무 순진하시다니까. 일이 그것뿐이라면 다행이지요. 지금 대막리지는 자신의 취약한 지지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 지방에서 세력을 모으고 있는 것이오. 그가 도성으로 돌아오면 연남건, 연남산 형제에게 모반의 죄를 물어 처단하려 할 것이오.”

 

“스님, 말씀이 너무 지나치신 것 같소이다.”

 

연정토가 발끈하고 화를 내자 신성은 빙긋이 웃으면서 넌지시 말했다.

 

“소승이 정통한 소식통에게서 들어서 하는 말이외다. 그가 돌아오면 연 장군도 손을 보려고 할지 모릅니다.”

 

“듣자하니 스님은 우리 연씨 가문을 이간하려고 작정하신 분 같구려.”

 

연정토가 사뭇 기분이 나쁜 투로 일갈했다.

 

“허, 연장군께서는 과거 연 장군의 형님이 하신 일을 모르십니까? 연연남생은 연개소문을 그대로 빼어 닮았습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절대 권력을 구축하기 위해서 지방 세력을 규합해서 평양으로 진군하려고 획책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연정토도 무엇인가 집히는 것이 있는지 이렇게 물었다.

 

“그럼 대막리지가 국내성 세력들과 손을 잡는단 말씀이오?”

 

“그렇습니다. 이미 정황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다면 큰 문제로구먼.”

 

연정토는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토해냈다.

 

당시 고구려는 옛 도읍인 국내성 세력과 현재의 도읍인 평양성 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대막리지가 국내성 세력을 등에 업게 되면 평양에 있는 귀족 세력은 그 지지기반을 잃게 되기 때문에 평양 세력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소승의 짧은 소견으로는 당장 대막리지에게 귀환 명령을 내려서 그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연 장군은 연남건, 연남산 형제와 힘을 합해서 대막리지에 오르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신성은 연정토의 권력욕에 불을 당기고 있었다. 연정토는 만약 연연남생이 국내성 세력과 손을 잡고 있다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들 세력이 더 이상 커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연남건과 연남산 형제를 불러서 말했다.

 

“앞으로 너희들이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요즈음 들으니 대막리지가 지방 순시를 하면서 평양 귀족들을 제압하기 위해서 국내성 세력들과 손을 잡고 세력을 강화하고 있다는구나. 더욱이 잘못된 것은 대막리지는 평양에 돌아오면 너희 아버지처럼 엄청난 숙청을 단행할 것이라고 한다. 그 숙청의 대상은 나는 물론 너희 형제도 포함 되어 있다는구나. 이를 어찌하면 좋으냐?”

 

“숙부는 어디서 그런 말씀을 들으셨나요?”

 

“신성스님에게서 들었다. 그 분은 왕사로서 폐하의 곁에 있는 탓에 누구보다도 정통한 소식을 듣고 있지 않느냐?”

 

두 형제는 이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전부터의 형의 태도가 이상스럽게 여겨졌다. 하지만 형이 자신들마저 숙청의 대상에 넣으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우리 형제는 아버님의 유지를 따르기로 맹약을 했습니다. 설마 형님이 숙청을 단행하더라도 우리마저 해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형님은 우리를 믿고 도성을 맡기신 것이 아닙니까?”

 

연남건이 연정토의 말을 반신반의하는 태도로 나왔다.

 

“너희는 아직 어려서 권력의 비정함을 모르는 것 같구나. 가깝게는 너희 아버지를 보고 멀리는 당 태종 이세민이를 보거라. 너희 아버지는 천리장성을 쌓은 후 돌아와서 영류태왕을 시해하고 새로운 태왕을 세울 정도로 비정하셨다. 또 이세민이는 두 형제를 손수 쏘아 죽이고 아버지로부터 왕위를 찬탈했다. 내가 보기에 너희 형은 아버지를 그대로 빼어 닮았다. 연남생이가 돌아온 후 피바람이 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겠느냐?”

 

연정토의 끈덕진 설득에 두 형제의 눈빛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연정토는 드디어 이들 형제를 없애고 자기가 대막리지가 되기로 결심했다.

 

한편 부기원은 지방 순회를 하고 있는 연남생에게도 사람을 보내서 이간질을 했다.

 

“연남건과 연남산이 대막리지를 제거할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도성으로 돌아가셔서 그들의 음모를 막아야 합니다.”

 

그러나 연연남생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들 형제는 그가 대막리지가 된 후, 맏이인 자신을 중심으로 힘을 뭉쳐서 아버지의 유업을 계승하기로 굳은 맹약을 한 탓이었다. 그 맹약을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동생들이 모반을 한단 말인가!

 

하지만 연연남생은 사람을 평양성까지 보내서 연남건과 연남산 형제를 살피게 했다. 하지만 이미 형을 의심하기 시작한 연남건이 연남생의 첩자를 잡아버리고 말았다. 이 일로인해서 형제 간의 불신은 급격히 커져갔다.

 

“이 놈들이 내가 없는 사이에 모반을 꾸미고 있을 줄이야!”

 

연연남생은 군사를 몰고 급히 평양으로 내달렸다. 그런데 요승(妖僧) 신성이 도중까지 마중 나와서 막았다.

 

“대막리지 지금 평양에는 연남건, 연남산과 연정토 간에 싸움이 벌어졌소. 막리지는 잠시 이곳에 머물러 형세를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소이다.”

 

“아니 어떻게 숙부와 제 동생들이 싸움을 벌인단 말입니까?”

 

“그거야 뻔한 일이지 않소. 대막리지를 반역으로 내몰고서 서로 자신들이 대막리지가 되겠다고 저러는 것이지요.”

 

그 말을 들은 연연남생은 하늘을 바라보며 통탄했다.

 

“아버지가 그토록 우리 형제를 숙부에게 부탁했건만 욕심 많은 숙부가 우리 형제뿐만 아니라 가문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마는구나.”

 

한편 도성에서는 정말 연정토와 연연남건, 연연남산 형제 사이에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신성은 사람을 시켜서 연정토가 자신의 야망 때문에 조카들을 이간질 시킨 사실을 연연남건, 연연남산 두 형제에게 넌지시 알려주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두 형제는 기가 찼다. 자신들은 벌써 형이 보낸 평양성에 보낸 사람을 죽인 후였던 것이다. 화가 난 두 형제는 연정토에게 사과 할 것을 요구했지만 연정토는 듣지 않았다.

 

연정토는 모든 것이 글러버렸다는 판단을 했다. 자신이 형제간을 이간질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연연남생이 가만히 있을 리 없고 그렇게 되면 자신은 3형제 모두에게 용서 받지 못할 것이란 것은 뻔한 일이었다. 연정토는 그럴 바에는 연연남생이 돌아오기 전에 연연남건, 연연남산 두 형제를 쳐서 자신이 도성의 군권을 잡고 연연남생과 싸워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연연남생에게는 3천의 병사들이 있었다. 그는 조카들에게 사과를 하는 대신에 군사를 이끌고 조카들을 급습했다. 하지만 두 형제는 그 공격을 잘 막아냈다. 전투는 전면전으로 확대 되었다. 이 전투에서 연정토는 패배해서 달아나고 말았다.

 

연연남생은 진군을 멈춘 채로 불안하고 초조하게 평양의 소식을 기다렸다.

 

그때 연연남생의 진중에 왕명을 받들은 사신이 나타나 왕의 조칙을 전했다.

 

“대막리지 연남생은 급히 도성으로 돌아오라. 지금 성중에서는 연정토 반란을 일으켰다. 즉시 귀환하여 반란군을 진압하라.”

 

그러나 연연남생은 이미 싸움이 동생들의 승리로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욱 의심을 품게 된 그는 동생들이 자신을 속여서 도성으로 들어서는 순간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연남생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유곡의 상황에 빠져들었다. 그대로 도성에 들어갔다가는 죽을 것이 뻔했고, 왕명을 어겼을 경우는 반역의 죄를 덮어 쓸 판이었다. 연연남생은 보장태왕에게 간곡한 상주문을 올렸다.

 

“폐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저희 형제들 뒤에서 이간하는 자들의 소행입니다. 소신은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연실색하고 있을 뿐입니다. 돌아가신 아버님과 열성조(列聖祖)를 두고 하늘에 맹세합니다. 소신은 다른 마음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폐하의 명을 받들지 못함은 불충(不忠)은 대역인 줄은 아오나 간계를 꾸민 자들의 암계(暗計)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나아가 복명치 못 하는 것을 용서하십시오.”

 

연연남생은 결전을 다짐하고 먼저 국내성으로 가서 그곳을 장악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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