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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주일 기다리느라 혼났네,… 자네는 안 그랬나?

이헌영 소설가 l 기사입력 2021-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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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헌영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죄인 -하

 

길고긴 하루하루가 지나고 겨우 토요일이 도래했다.

 

어제 오후엔 목욕탕에서 때를 밀고 전신 마사지까지 받았다. 그리고 옷집에 들러 깔끔한 정장 한 벌과 역시 깔끔한 흰 블라우스를 샀다. 옷집 출입은 오랜만이다.

 

모처럼 차려입은 은미가 어색함으로 서성이자 규환이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너무 예뻐요. 신랑친구 중에서 한명 골라오세요.”

 

친구 결혼식장에 간다고 말한 것을 곧이듣고 한 말이었다

 

조금은 어색했지만 기쁜 마음으로 주차장으로 걷는데 솔바람이 불어와 새 블라우스 깃이 목을 간질인다. 솔바람의 느낌도 희디흰 블라우스의 느낌도 설레게 했다.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조심스레 운전석에 앉아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을 다독였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양평 칭기즈칸 앞에 십오 분이나 미리 도착했는데 강우는 이미 도착해있었다

 

은미가 차에서 내리자 강우가 다가오며 아래위를 살피며 말했다.

 

“예쁘다… 새 옷 같은데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일찍 왔어?”

 

“응 오빠 한데 잘 보이려고 돈 좀 썼어. 괜찮아?”

 

“응, 이쁘다.…은미가 옛날에도 옷태가 좀 났었지”

 

“어? 내가? 옛날에도 내가 그랬다고?”

 

의외였다.

 

“그랬지, 옷태도 나고 예쁘니까 내가 좋아했지. 바보야”

 

“바보? 또, 바보래.…오빤 언제 도착했어? 난 내가 먼저 도착할 줄 알았는데 먼저 왔네.”

 

“좀 일찍 출발도 했고 차가 좀 덜 막혔어. 토요일이라 많이 막힐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덜 막혔어,… 밥먹으러가자”

 

식사를 마친 후 지난번 그 모텔을 찾아갔는데 공교롭게도 또 그 특실을 배정받았다. 은미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중에도 낮 설지 않은 분위기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방에 들어서자 강우가 강 쪽으로 난 창문만 열어놓고 다른 창문들은 모두 닫고 곧바로 다가와 거칠게 허리를 끌어안으며 입술을 유린했다. 은미도 질세라 호응했다. 지금까지의 키스와는 달랐다. 집요한 것은 같았지만 입술유린을 지나 혀를 뽑을 듯이 흡입해대는 키스에 당황스러웠다. 겨우 적응하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이 오빠가 엄청 흥분 했구나’ 라고 느껴졌다. 강우의 손은 은미의 몸을 아래위 가리지 않고 휘젓고 다녔다.

 

은미도 점점 달아올라 아득해져 갔다. 황홀했다.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강우의 손길이 아래를 쓸고 다니자 은미가 다급해졌다.

 

“오빠! 씻고!…씻고!”

 

은미가 입술을 떼며 외치듯 말했으나 강우는 아랑곳 하지 않고 한참이나 더 욕심을 채우고 겨우 떨어졌다.

 

은미가 가운을 들고 샤워실로 가려 하자 강우가 크게 말했다.

 

“나도 같이하자!”

 

은미가 멈칫하며 단호하게 소리쳤다.

 

“안 돼! 오빠!…빨리 씻고 올게”

 

강우는 흥분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투덜대듯 대답했다.

 

“알았어! 알았어, 먼저 씻고 와”

 

그리곤 침대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가슴이 오르락 거렸다.

 

은미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또 달려들어 입술을 짓이기듯 유린하며 손은 가운 속으로 들어왔다. 은미가 가운을 완강히 봉쇄하고 다급히 말했다.

 

“씻고 와! 오빠! 씻고…”

 

강우는 입술을 떼고 벌건 얼굴로 은미의 얼굴을 응시하다가 단념 한 듯 목욕탕으로 사라졌다.

 

은미는 강우가 사라진 목욕탕 쪽을 망연히 바라보다가 오빠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가운을 입은 채 침대 속에서 기다리다 큰 맘 먹고 일어나 가운을 벗어 방 한 쪽으로 던져놓고 얇은 이불을 바짝 올려 목까지 가리고 얼굴만 내 놓았다.

 

자신의 행동과 자신의 알몸이 자신을 흥분시키고 있음을 생생히 느끼며 가운 벗어던진 것을 조금은 후회했다. 다음 순간 ‘다시 입을까’ 생각을 한 것 같았으나 실행 하진 않았다,

 

곧 강우가 올 것이다.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함으로 두근거렸다.

 

얼마 후에 강우가 맨몸으로 덜렁이며 돌아왔다.

 

은미는 어이없어 했지만 강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다가와 이불을 홱 젖혔다.

 

잠시 멈칫 놀란 눈으로 망연히 은미의 나신을 내려 보다가 훅하니 숨을 들이쉬며 와락 달려들었다.

 

강우는 이미 제 정신이 아니었다.

 

웬일인지 강우는 지난번과는 달리 허둥대며 처음부터 거칠게 달려들었다. 은미는 강우의 조급하고 거친 돌진에 막연한 두려움과 떨림 속에서 저항 비슷한 것을 했다.

 

강우는 은미의 저항을 힘으로 제어했다 은미의 두 팔을 강제로 만세 부르는 자세로 올려놓아 무방비 상태로 만들어 놓고 마구잡이로 휩쓸고 다녔다. 팔이 어쩌다 내려오면 단호히 다시 제자리로 올려놓고 하던 일을 거침없이 계속했다. 거친 애무였다

 

은미는 많이는 아니지만 당혹스러웠다. 어찌 해야 할지 몰랐다.

 

할게 아무 것도 없었다.

 

강우가 고정 시켜놓은 자세를 그대로 견디기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분명 기대했던 사랑의 행위는 아니었다. 의문이 들었지만 복종해야했다.

 

황홀을 가장한 부자연스러움 속에서도 신음소리는 새어 나왔다.

 

이제 강우는 한 곳을 향해 돌진을 시작했고 은미의 팔은 그제야 자유를 얻었다.

 

땀으로 범벅이 된 둘의 몸은 최후의 고비를 정복하기위해 안간힘을 썼다.

 

은미의 비명과 함께 정복은 이루어졌고 강우는 은미의 위에 엎어졌다. 천근의 무게였다.

 

은미는 강우얼굴의 땀을 문질러주며 등을 토닥여주었다.

 

잠시 그 상태를 유지하던 강우가 옆으로 풀썩 떨어져 눕는다. 곧이어 은미를 당겨 팔베개를 해주고 귀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휴!…일주일 기다리느라 혼났네,… 자네는 안 그랬나?”

 

“으응? 흐! 흐! 흐! 자네?… 나도 그랬지”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제대로 이해는 못한 채 자신도 기다렸기에 한 대답이었다.

 

강우는 섹스의 갈망을 얘기했지만 은미는 아직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날 오후 두 번째 섹스에서 새로운 세상을 체험하고 나서야 강우의 “기다리느라 혼났네.”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섹스의 정점, 오르가즘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에는 강우가 여유를 되찾았다.

 

부드럽고 세심한 애무를 끈질기게 이어갔다. 템포와 강약을 조절하며 서두르지 않고 눈을 맞추며 은미를 이끌었다.

 

은미는 자신의 몸이 강우의 손과 입술놀림에 저절로 떨리며 반응하는 것을 느꼈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조차 느끼지 못했다. 알 수 없는 괴성만 질렀던 것 같았다.

 

강우의 몸통을 있는 힘을 다하여 끌어당기다가 어느 순간 사정없이 밀쳐내곤 억억거리며 부들부들 떨었다 경련이었다. 경련은 한참동안 계속되었다.

 

붕 뜨는 것 같기도 하고 쪼그라드는 것 같기도 한 종잡을 수 없는 떨림 끝에 자신을 놓쳐버려 무아의 경계에서 소리를 질렀던 것 같았다.

 

강우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처음부터 끝까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 신묘한 현실을 망연히 살피다 ‘내가 해냈다’는 뿌듯함으로 충만 해졌다

 

얼마 후 경련이 잦아들며 정신이 서서히 돌아왔다.

 

강우가 은미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정신이 든 은미가 새삼 부끄러워 강우의 가슴으로 쏙 파고들었다. 가슴에 대고 말했다.

 

“오빠! 나 이상했지?…뭐라고 소리도 질렀던 것 같은데…”

 

“아니! 안 이상했어, 극히 정상이야…얼굴이 발그레하니 너무 예쁘다.”

 

은미는 흥분의 여운이 남아있는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기분 좋은 따뜻함이다.

 

행복했다.

 

강우는 번번이 은미의 기대감을 충족 시켜주었다. 아니 기대감을 뛰어넘어, 새 세상을 열어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자신도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황홀경에 빠져 들었고, 그 강도는 점점 심해져갔다.

 

은미도 점점 극한의 맛에 길들여지면서도, 강우의 노력과 새로운 시도에 쾌히 호응하며 정점에 함께 도달하기위해 무진 애를 썼다.

 

만남의 회 수가 늘어남과, 신세계의 경이로운 오르가즘 회수는 정비례로 늘어갔다.

 

매번 본능의 늪에서 늪으로 빠져들었고 그럴수록 더 깊고 오묘한 늪을 갈구했다.

 

“오빠! 이게… 밥 먹는 것하고 똑같은 거 같아, 밥 먹고 시간이 지나면 또 배고파지는 것 하고 똑같이, 오빠는 안 그래? 오빠도 그렇지?”

 

어느 날 강우의 품속에서 참았던 궁금함을 말해버렸다.

 

강우는 활짝 웃으며 듣다가 벌떡 일어나 맹수처럼 덤벼들며 다그쳤다.

 

“그래 맞아! 나도 그래!…정말 그렇게 배가 고팠어? 얼마나?… 얼마나 고팠어? 말해봐!”

 

기진해 늘어졌던 강우의 어디에 그런 힘이 예비 되어있었던지 굶주린 늑대가 되어 날뛰었다

 

마른 장작불에 기름을 왕창 부은 꼴이었다.

 

“오빠! 우리…이거 너무 잘 맞는 거 같지 않아?”

 

어느 날 강우의 품에 안겨 궁금했던 말을 해 버렸고 강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래! 정말 잘 맞아!…그래서! 어쩌자고?”

 

은미의 그 한마디는 강우의 자긍심에 불을 붙였고, 맹수로 만들어 마지막 한 방울의 에너지까지 다 쏟고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래저래 둘은 물불을 가릴 줄 모르는, 무소의 뿔이 되어, 오직 한 곳만을 향해 달려갔다

 

점점 자극적으로 발전해 나갔고, 한 주일을 기다리기에 지쳐 주중 만남이 늘어났다.

 

급기야는 3일 연속으로 만나 불을 태우기도 했다.

 

한번은 토요일 낮에 양평의 모텔에서 온몸이 녹초가 되도록 섹스를 하고 헤어져 차를 몰아 돌아오는 중에 강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오빠…왜?”

 

“어! 그냥!… 아직 도착 안했지?”

 

“응, 아직”

 

“그럼…그럼 말이야 다시 양평으로와”

 

은미는 의아했다.

 

“왜? 오빠, 무슨 일 생겼어?”

 

“아니, 그게 아니고 배고파”

 

“배가? 무슨 소리야?”

 

“배고프다고…너 또, 먹고 싶다고 바보야”

 

은미는 겨우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어이가 없었다.

 

“오빠! 정말이야? 여태 했는데 무슨…”

 

그런데 묘한 일이 일어났다. 은미도 그때부터 배가 고파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걷잡을 수없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가슴이 떨리고 숨이 가빠졌다.

 

“알았어, 오빠 지금 다시 갈게”

 

이미 녹초가 되었던 그들의 어디에, 그런 힘이 남아 있었는지, 그들 자신도 놀랐다.

 

그날 그들은 끝의 끝을 본 다음에, 다시 또, 한 번, 끝의 끝을 보았다.

 

틈만 있으면 만나다 이젠 틈을 만들어 만났다.

 

거의 매주 토요일 만났고, 때로는 주중에도 만났다. 주로 강우가 양평으로 왔고, 가끔씩 은미가 서울로 가기도 했다. 사정상 토요일 만나지 못할 때는 주중에 은미가 카페 문을 닫은 후 저녁에 서울로 가서 만났다. 거의 매주 만났지만, 강우가 몸이 달아오를 때면 시도 때도 없이 만나자고 연락이 왔고, 은미도 단 한 번의 거절 없이 받아들였고, 때로는 그래도 갈증을 느낄 때가 있었다.

 

단 은미가 먼저 만나자고 한 적은 없었고 전화를 한 적도 없었다. 그것은 금기사항이었다.

 

서로 합의 한 적은 없어도 그래야 한다는 것을 묵시적으로 알고 있었기에 금기를 지켰다.

 

채워도, 채워도 채울 때 뿐, 다시 일어나는 갈증은 은미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아니, 이성은 살아 있었지만, 지속적인 갈증이 그것을 덮어버렸다.

 

2. 죄인

 

내겐 죄가 있죠.

 

하지만 난 모른 척 피하죠.

 

그게 나를 떠나갈

 

이유가 될 줄 몰랐었죠.

 

그대 멍한 그 눈빛

 

아픈 그 표정 난 외면해요.

 

차마 내게 모질게 못하던

 

결국 이런 내 사랑 미련했나요?

 

결국 이런 나여서 지겨웠나요?

 

그대를 가지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멀어지네요.

 

정말 미안해요. 내가 많이 어리석었죠.

 

너무 후회 하는데 이젠 그대가 없네요.

 

사랑해요

 

그대 잠시만 내 눈 멀어져가도

 

난 화를 냈죠.

 

결국 이런 내 사랑 미련했나요?

 

결국 이런 나여서 지겨웠나요?

 

그대를 가지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멀어지네요.

 

정말 미쳤었죠.

 

나에겐 늘 그대만 보였죠.

 

그게 사랑이라고 행복이라고 믿었죠.

 

미안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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