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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강민숙 시인의 사월, 유채꽃

강민숙 작가 l 기사입력 202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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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숙 작가     ©브레이크뉴스

 

 

[시] 사월, 유채꽃

 

강민숙

 

유채꽃 피는 사월의 제주는

노오란 설렘이었지

선창가에 나가 별빛 보며

친구들과 노래를 불렀지

그런데 갑자기 배가 기우뚱거렸어

우리에게 가만히 있으면

다 구해 줄 거라고 했지

하지만 물이 허리를 넘어

가슴팍까지 차올라

우린 서로 부둥켜안고

조금만 견디자고 손을 놓지 않았지

친구가 벌컥 짠물을 마시고

뱉어 내기도 전에

또 다시 들이키면서

아니다, 이건 아니라고 외쳤지만

그때는 우리의 비명을 들어 줄 사람이 없었어

선장도 도망친 배에 남아 있는

우리가 죄인이라며

차라리 눈 감자고 했지

더 이상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그런 나라로 우리가 돌아간 거야

유채꽃 향기 따라

 

<해설>

사월은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화사한 꿈의 계절입니다. 특히 제주의 사월은 유채꽃이 만발하여 노오란 설렘으로 벅찬 계절입니다. 그곳을 향하는 설렘으로 선창가에 나가 별빛 보며/친구들과 노래를 부르고, 사진을 서로 찍어주면서 웃음을 짓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기우뚱거렸습니다.

 

긴박한 순간에 그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다 구해 줄 거라고요. 그렇지만 그게 마지막 길이 되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라하고 선장은 탈출해 버렸습니다. 그 말은 어른이 살기 위해서 내 뱉은 부끄러운 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시에서 나오는 선장은 이 땅의 부족한 어른들입니다. “노오란 설렘으로 떠났던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이 참회를 하며 부끄러운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시 한편 바칩니다.

 

올해로 세월호 7주기입니다. 그들은 더 이상 어른들의 말을/듣지 않아도 살 수 있는/그런 나라로 돌아갔습니다. 어떤 시인은 사월은 갈아엎는 달이라고 했습니다. 우리의 잘못된 관행이나 이기적인 생각을 과감히 갈아엎고 죽은 나무에서 새싹을 틔우듯 우리는 세월호의 아픈 상처를 딛고 희망으로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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