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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마해성의 시인의 '마지막 술잔'

강민숙 작가 l 기사입력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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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숙 작가     ©브레이크뉴스

[시 해설]마지막 술잔

-마해성 시인

 

그놈 엄청 고생만 하다 갔다

김가가 내뱉는다

아니어 한땐 잘 나갔어 강남에서

이가가 받는다

그러면 뭘 해 육십도 안됐는데

박가가 중얼거린다

그리고

침묵

자 술이나 푸자

잘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더라

정가가 소주잔을 든다

먹먹한 가슴에

켜켜이 쌓이는

다정한 목탁소리

검은 테 안에서

붉으스레 익어가던 얼굴

갑자기 술잔을 건넨다

하얀 너털웃음을 뿌리며

 

<해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들이 술을 마실 때 가장 많이 하는 건배 제의 멘트로 구구팔팔을 씁니다. 말 그대로 구십구 나이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돌아가자는 염원이 담긴 말입니다. 인생이란 유한한 존재이니 이왕 떠나야 한다면 병원이나 요양원 신세를 지지 않고, 제가 살던 집에서 잠자듯이 홀연히 떠난다면 그야말로 죽음 복을 타고 난 사람이겠지요.

 

이 시를 읽어보면 아마 죽마고우(竹馬故友)가 세상을 떠난 듯합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라면 힘겹게 IMF를 건너 와 이젠 좀 살만해졌을 것 같은데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어 그의 친구들이 황망하게 앉아있는 심정이 고스란히 시에 담겨 있습니다. 지천명을 넘어선 나이라면 친구들과 만나도 이젠 누구나 술 한 잔 살 형편이 되었을 텐데 그만 꽃잎처럼 지고 말았네요. 이게 우리네 인생길이라면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부턴가 장례식장을 다녀 올 때면 며칠씩 마음이 숙연해지고 제 주위 사람들이 더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시의 분위기로 보아 유난히 술을 좋아 하던 친구를 한 순간에 잃게 되어 친구들이 모여 망자가 된 친구에게 마지막 술잔을 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죽음에 어디 남녀노소 순서가 있을까요. ‘대문 밖이 저승이다 말처럼, 인간의 죽음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말이겠지만 인생이 쓸쓸하게 느껴지네요.

 

친구들은 불경과 목탁 소리가 들리는 장례식장에서 한숨과 탄식으로 조문을 하며 백세시대라는 요즘에 육십도 안 된 나이에 생을 마감한, 친구의 영정 앞에서 추억을 말하고 있습니다.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안주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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