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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애인 없는 거, 다 알아요~

이헌영 소설가 l 기사입력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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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헌영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에필로그

 

다음날 여주에 가서 최신 휴대폰을 장만하며 새로운 번호를 받았다.

 

저장 돼있는 번호는 그대로 옮겼지만, 지난번 번호로 누군가 연결했을 때 새로운 번호를 알려주는 안내서비스는 받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일단, 과거의 인연과는 일방적으로 단절 되었다.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들었다가 일어나 시간을 확인했다. 열시 이십분이다.

 

경미는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망설임에서 벗어났다.

 

온종일 망설였지만 경미에게만은 새 번호를 알려줘야 한다고 가슴이 충동질 했다

 

결심이 섰다.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경미의 이름을 확인하며 눌렀다.

 

여러 번 신호가 울렸지만 받질 않는다. 한참 후에 다시 걸었지만 역시 받질 않았다.

 

‘웬일이지?’

 

그때 퍼뜩 생각이 났다.

 

‘모르는 번호라 안 받는구나’

 

문자를 보냈다.

 

“경미야! 전화 받아! 나, 은미야 휴대폰 새로 바꿨어.”

 

다시전화를 걸었다. 단번에 받았다.

 

“어! 은미야!…휴대폰 새로 샀어? 모르는 번호가 떠서…너였구나.”

 

“응. 새로…네가 첫 통화야.…아직 안자지?”

 

“그럼, 잘려면 아직 멀었어, 열한시도 안됐는데”

 

“ 네 방이니? 혼자 있어?”

 

“응?…그렇지! 차분하게 신부수업하고 있었지, 흐흐흐! 아냐 그냥 TV보고 있었어, 연속극”

 

“연속극? 흐흠! 널널하구나. 연속극을 다보고…재미있어?”

 

“재미? 재미없어도 그냥 보게 되더라고”

 

“경미야!…TV 끄고 얘기 좀 하자”

 

“… ”

 

경미의 대꾸가 끊겼다. 은미가 재차 말했다.

 

“연속극 끄고…얘기 좀 해”

 

“왜? 무슨 일 있니?…알았어.… TV 껐어. 은미야 말해”

 

“껐어?…연속극도 못 보게 하고, 미안해”

 

“얘가?…은미야 무슨 일이야? 말해 봐…꼭 무슨 일 있는 것 같더라니,… 얘기 해 봐”

 

경미는 전화너머에 있지만 마치 바짝 다가앉듯이 다그쳤다.

 

은미는 이 상황이 벅차서 망설여졌다.

 

“경미야! 미안한데, 정말 정말 미안하다. 너 한 테까지…”

 

“어? 어? 얘 봐! …무슨 일이야? 말해 봐.”

 

“그래, 얘기하려고 전화했는데 해야지…경미야! 그때 네가 나한테 이렇게 말 했어. 어떤

 

경우라도 내 편을 들어주겠다고.… 기억나?”

 

“그랬지,…내가 그랬지. 기억해…진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네 편 들어줄게. 너도 나한테 그럴 거잖아?”

 

단단히 마음을 먹고 담담히 얘기하려고 했었는데 가슴이 끓으며 울음이 터졌다.

 

“그 으 럼!…흑! 아이! 참… 안 울려고 했는데…”

 

“어! 은미야! 울지 말고 천천히 말해, 괜찮아. 그냥 시원하게 말해, 천천히”

 

“큼 큼 …그냥 얘기는 간단해…경미야! 이 전화번호 너만 알고 있으라고…큼, 큼 이유까진 묻지 말고, 그냥 너만 알고 있어, 그 것 뿐이야”

 

“나만? 왜? …묻지 말라고?…이은미! 도대체”

 

“너 한 테까지 전화번호를 숨기면 안 되잖아?”

 

“그렇지!…야! 이거 무슨 일인지, 답답하다.…일단 알았어. 알긴 알았는데 이거 참… ”

 

“경미야 부탁한다.…미안해, 전화 끊을게 잘 자”

 

“응? 끊는다고?…얘가! …야! 잠이 오겠니?”

 

“미안해!…경미야! 흑, 흑…오늘은 그냥 번호만 알고…미안해 끊을게”

 

“아니! 얘가?………그래, 그럼 일단 끊고 내일 다시…울지 말고 자, 잘 자라. 울지 마!”

 

 

 

전화를 끊고 자책을 시작했다. 잘못 된 것 같았다. 최대치로 궁금하게 해놓고 잘 자라고 했으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다고 자책을 했다.

 

온 종일 망설임 끝에 내린 결정이지만 개운치가 않았다. 다시전화를 걸어 뭔가 그럴듯한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변명 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이래저래 자책거리만 부풀어졌다

 

‘아! 어떡하지!…아 흐! 정말 …미치겠네,’

 

자책도 잠시 곧바로 경미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경미야! 궁금해서 못 참겠어?”

 

“…”

 

경미의 답이 없다. 기다렸다. 숨소리만 미세하게 들렸다. 그냥 기다렸다.

 

그리고 긴 한숨 소리와 함께 들려온 한마디.

 

“하!…이 기집 얘야!…어쩌자고 그랬니?”

 

은미는 아연했다.

 

“뭐…가 ?”

 

“너!…너!…하아!…이 기집 얘,… 강우선배! …맞지?”

 

“어!…어떻게?…”

 

숨이 턱 막혔다.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아이고! 맞네,…이걸 어째!…이 기집 얘…어쩐지 지난번 강우 선배가 너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더라니,…”

 

“…”

 

은미는 대꾸를 못했다

 

“나를 만나자고 할 때는 뭔가 상담이라도 할 것처럼 하더니, 정작 만나서는 자기가족 제주도 가게 됐다는 것을 장황하게 얘기하면서 슬쩍 슬쩍 네 얘기를 끼워 넣더라고. 잘 있냐? 남자 친구는 없냐? 카페는 어떠냐? 하고 물었는데, 그때는 감쪽같이 몰랐지,…약간 이상한 느낌은 있었던 것 같아,…너 옛날에 강우선배하고 친했잖아? 그때도 좀 이상했었어. 내가 알기로는 서로 좋아했던 것 같았는데 언젠가 부터는 전혀 아니더라고, 그래서 나는 내가 잘못 짚었구나, 했지,…야아! 은미야! 이 기집 얘야!…어쩌니?…… 그래도 이젠 헤어진 거지? 끝낸 거지?󰡓

 

“으응…”

 

그냥 대답이 나왔다.

 

“그래서 전화번호 바꾼 거고?”

 

“…으응”

 

“나 한 테까지 번호를 숨길 순 없었고?”

 

“으응”

 

경미의 긴 한숨 소리가 들렸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 하아!…그래! 은미야!…약속대로 난 네 편이야. 세상이 다 그래, 누구나 실수도 하고 아픔도 있고, 은미야!…사실은 나도 있어. 나도 너한테까지 비밀로 했던 것이 있어.…전에 내가 차버렸다고 했던 사람하고 그랬었어. 나도 그때 많이 울고 심각했었어. 그런데, 너는 뒷모습이지만, 사진까지 찍혔으니…은미야 이제 걱정하지 마. 시간이 다 해결해 준다니까, 그냥 조용히 지내 그러면 다 잊혀져”

 

대답대신 울컥 울음이 먼저 나왔다.

 

“우 흑!… 아! 경미야! 미안해 흑 흑!…정말 미안해! 흑! 너한테까지도 이런 건 말을 못하겠더라고…흑 !흑!”

 

“그게 그렇더라고 …울지 마! 나도 그랬다니까…우리 이런 일은 일단 묻어두자고. 자세히 알면 입이 근지러워져. 그냥 묻어 두었다가 나중에 얘기하자. 확실하게 끝이나 내. 다시 한 번 말 할게, 확실하게 끝이나 내, 확실하게,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가면 편안하게 아름다운 추억처럼 얘기할 수도 있을 거야, 조만간 내가 시간 내서 한번 갈게 ”

 

“고마워!…경미야! 나 이제 모임에도 못나가”

 

“알아…내가 알아서 잘 할게”

 

“우리 규환이가 이제 고3이니까…아르바이트를 못해, 아르바이트가 없어서 못 나온다고 해…너한테 너무 짐을 지우는 것 같다. 고맙고 미안하다.

 

“알았어! 내가 언니잖니…걱정 말고 편히 지내, 나한테는 자주 전화하고, 나도 전화할게”

 

“네! 언니! 흑…진짜 언니 같다. 고맙다”

 

경미가 진짜 언니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냥 미더워져 눈물이 났다.

 

격정의 봄이 지나가고 질척이던 한 여름도 지나갔다.

 

태양은 힘을 잃어가고 세상은 온통 울긋불긋 물들어가고 백로도 떠나간 늦가을이다.

 

무료한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아침 송 선생이 일찍 혼자 들어왔다.

 

은미는 여느 때처럼 환한 미소로 맞았다.

 

“혼자 웬일이세요? 박 선생님은 어디 가셨어요?”

 

“아니, 어디 안 갔어요. 그래서 그 얘기 좀 해주려고 혼자 왔어요, 커피 두잔 들고, 이리 와 앉아보세요,”

 

은미는 영문을 몰랐지만, 시키는 대로 맞은편에 앉았다. 송 선생은 은미의 눈치를 살피다가 이내 결심이 선 듯 말을 시작했다.

 

“며칠 전에… 박 선생 아들 준호 알죠? 그 준호가 이 카페에 들렀던 것 몰랐지요? 그때 그일 있었던 그 아들 준호 말입니다.”

 

“네? 여기를요? 언제…전혀 몰랐는데. 아! 그때, 그 아들… 이젠 괜찮아졌대요?”

 

“예! 그럼요! 괜찮아졌으니까 슬쩍 와서 은미씨를 한번 보고 간 거지요.”

 

“저를요?…왜요?”

 

“그러니까 좀 들어봐요….그 아들 준호가 이젠 완전히 멀쩡해져서 여주에 학원도 번듯하게 차렸습니다. 잘 된답니다. 이젠 제 아버지하고도 스스럼없이 대화가 잘 된답니다. 그래서 어느 날 박 선생이 슬쩍 은미씨 얘기를 했답니다. 그리고 그 후로도 몇 번 더했대요. 그랬더니 준호가 슬그머니 은미씨를 보러 온 거지요. 그런데 그놈이 은미씨가 마음에 들었나 봐요. 어제 박 선생이 나한테 부탁하더라고요. 둘이 사귈 수 있게 언질 좀 주래요. 자기는 멋쩍어서 못 오겠다고. 지금 저 주차장에 와 있어요.… 나더러 총대 메랍니다.”

 

“어머나! 그런 일이 …어머! 그랬구나.”

 

은미는 느닷없이 닥쳐온 사태를 맞아 정리가 채 되지 않는 중에도 며칠 전의 수상했던 젊은 고객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그 고객이 결혼식장에서의 신랑과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생각해내곤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아요. 어떤 젊은 고객이 양복을 입고 왔더라고요. 여기는 양복입고 오는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실실 웃으면서 이 것 저것 묻더라고요…맞아요. 이제 생각해 보니 그때 그 신랑이 맞네요. 제가 맘에 든대요? 호호호!…별일이야“

 

“은미씨! 웬만하면 한번 사귀어 봐요. 준호가 또 들를 겁니다.…아무 부담 느끼지 말고

 

그냥 사귀어 봐요. 결혼이니 뭐 그런 거는 나중에 인연이 되면 하는 거고 우선 그냥 만나만 봐요. 내가 보기에는 괜찮을 것 같은데,…아! 이제 나는 내 역할 다 했습니다. 박 선생은 민망해서 한동안 못 올 겁니다. 나도 그렇고요.… 그러니까 오늘이 마지막 커피가 되나?”

 

은미가 다급히 말했다.

 

“아이! 송 선생님! 그때 저, 남자친구… 애인이 있다고 말했잖아요.”

 

은미의 일격에 송 선생은 은미를 말없이 빤히 바라보다 빙긋이 웃고 큼큼거리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자신 있는 어조로 말했다.

 

“은미씨!…애인 없는 거, 다 알아요.”

 

“있는데…”

 

반사적으로 중얼거리듯이 말이 나왔다.

 

송 선생이 은미를 잠시 응시하더니 웃음을 만들어내며 말했다.

 

“은미씨… 은미씨 자신까지 속이려고 합니까?…좌우지간 전에는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없다는 것을 난 확실히 압니다. 어떤 근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압니다. 나이를 괜히 먹는 게 아닙니다. 우리 나이 쯤 되면, 그냥 알게 됩니다,… 이미 지나간 날의 우여곡절은 추억으로 묻어 두세요. 마음 비우고 그냥 편안하게 생각하고, 만나보세요.…재미있는 얘기 하나 할까요?”

 

“무슨…?”…

 

“얼마 전에,… 그러니까 두어 달 전 저쪽 백운봉 등산 때 있었던 얘깁니다.… 한참 올라가다 중간에서 쉬고 있는데, 어떤 젊은 애기 아빠가 등엔 배낭을 메고, 앞쪽엔 애기를 하얀 띠로 애기가 앞을 보도록 꾸려갖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올라오더라고요. 그런데 애기를 보았더니 불과 몇 개월 밖에 안 된 애기예요, 그 애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리번두리번 하는 겁니다. 애기가 뭘 알겠습니까? 산을 알겠어요. 나무를 알겠어요? 새소리를 알겠어요? 자기아빠기 힘이 드는지, 땀을 흘리는지 알겠어요?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두리번거리는 거지요. 산을 왜 오르는지, 아니 산이 뭔지도 모르지요. 도대체 영문을 모르는 겁니다,…영문을 모르는 건 그 애기뿐만 아니라 우리 사람들 모두 영문도 모르고 태어나서, 영문도 모르고 이런저런 것에 이끌려 살다가, 영문도 모르고 죽는 겁니다. 나도 박 선생도, 준호도, 어떡하다가, 지금의 삶을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냥 살다보니까, 지금에 이른 거지요. 그냥 내게 다가온 삶을 산거예요. 조물주의 뜻에 따라 영문도 모르고 살아가는 겁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너무 자책하지 말라는 겁니다. 모든 사람들 다 자기 스스로 잘한 것도 잘못한 것도 별로 없어요. 그냥 그렇게, 그렇게 적응하며 살다 보니, 지금에 이른 겁니다.”

 

“예… 에…”

 

자신도 모르게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송 선생은 자세를 곧추세우고 자신 있는 어투로 말했다.

 

“준호, 괜찮은 놈입니다, 차분하게 만나보세요. 만나다 보면 인연이 될 수도 있고…”

 

은미는 선뜻 대답을 하기도 그래서 웃기만 했다.

 

“그러나 저러나 섭섭하네요. 내 역할도 다 끝나고… 진짜 오늘이 마지막이 되겠네요. 은미씨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송 선생이 일어서려고 주춤거렸다.

 

송 선생에게 급소를 찔려 헤매고 있던 은미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안돼요! 그건 안돼요! 그건, 그거고요… 두 분은 오셔야 돼요. 이침에만 오시니까 상관없잖아요. 저는 두 분이 오셔야…두 분이 없으면… ”

 

은미는 입술을 실룩이며 울듯, 울듯 다음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일어나려던 송 선생이 잠시 당황한듯하더니, 얼굴이 활짝 피어나며 시원하게 한마디 했다.

 

“그래요?… 그럼! 그러죠, 뭐! 나도 그게 좋아요.…”

 

잠시 후, 송 선생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한 얼굴로 카페를 나서며 외쳤다.

 

“자! 그럼… 내일 또 봐요.”

 

은미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함빡 웃으며 손을 들어 배웅했다.

 

흐려진 눈으로 송 선생이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 선생과 만나 차를 돌려나갈 때까지 지켜보았다. 송 선생인지 박 선생인지 모르지만 차창을 열고 손을 흔들어주고 갔다. 눈물을 찍어내자 미소가 지어지며 안온해졌다.

 

며칠 후 양복을 입은 남자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은미와 눈이 마주쳤다.

 

웃음을 머금은 채, 그 자리에 서서 은미를 보고 있다.

 

은미가 인사도 잊은 채 마주보았다. 저절로 미소가 만들어졌다.

 

양복을 입은 남자가 말했다.

 

“잠깐 나와 보세요.… 조 밑에… 주차장에 여기 ‘노팅 힐’ 카페 입간판 하나 만들어다 놨습니다. 파사성이라는 간판은 크게 있는데 카페 안내판은 없어서 만들어봤습니다. 여기서도 보입니다. 주인한테 미리 말도 안하고 해 놨는데 …괜찮습니까?”

 

밝은 목소리다

 

은미는 무엇에 홀린 듯이 밖으로 나와 남자가 가리키는 아래를 보았다. 주차장에서 산성으로 오르는 쪽으로 못 보던 입간판이 보였다.

 

“어머!…어쩜…호! 호! 호! 이런 일이… 준호씨죠? 박 준호씨,…저는 은미예요. 이은미…”

 

“네 박 준호입니다. 잘 좀 부탁합니다.”

 

마주보았다. 미소 지은 눈을 마주 보다가, 점점 입 꼬리가 올라가고, 결국엔 함빡 웃음이 터졌다. 웃고, 또 웃고, 자꾸 웃음이 만들어졌다.

 

어느새 스스럼없는 오래된 친구같이 그렇게, 그렇게 느껴져 갔다. 끝

 

작가의 말

 

이은미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반열엔 항상 자리했지만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 있다든가 하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애인 있어요.’를 좋아하고 실제로 노래 좀 한다하는 사람들의 단골 애창곡이 되었을 때도 좋아는 했지만 푹 빠지진 않았다, 왠지는 모르지만 나는 많은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노래는 관심을 끊는 편이다. ‘애인 있어요.’도 아마 그랬던 것 같다. 그러던 내가 몇 년 전 집에서 우연히 KBS의 ‘열린 음악회’를 시청하다가 ‘녹턴’을 듣게 되었다. 노래를 하기 전, 이은미가 멘트를 했다.

 

“나이가 들어 목소리가 더 늙기 전에 이런 노래를 부르고 싶었습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그런 멘트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녹턴’을 불렀다.

 

나는 첫 소절부터 깊이 잠겨갔다. 그리고 1절의 끝부분 “꽃잎이 흩날리네요. 헤어지기엔 아름답죠. 그렇죠.” 는 너무나 절절했다. 주체할 수없이 눈물이 흘렀다

 

곡의 마지막엔 격정적으로 마구마구 치닫다 ‘팡’하고 한방 천둥으로 끝을 냈다.

 

압권이었다. 오랫동안 먹먹했다. 오랫동안,

 

곧바로 그 곡이 들어 있는 ‘소리 위를 걷다’라는 타이틀이 붙은 두 장짜리 C D를 샀다.

 

수록된 곡들을 듣다가 ‘녹턴’ 은 세 번, 네 번을 반복해서 들었다. 역시 좋았다.

 

그런데, 두 장의 여러 곡들을 반복해서 듣다보니 몇 곡의 노래가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도적이었는지, 전혀 의도적이 아닌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애인 있어요.’ ‘죄인’ ‘녹턴’ 그리고 ‘강변에서’

 

‘녹턴’ 다음곡인 ‘강변에서‘를 들으며 확신했고 특히 이 곡, ‘강변에서’의 중간에 음악을 깨트려버려 무아지경을 만들어버린 대목에선 말과 생각을 잊어버렸다.

 

이곡을 만든 분도 알고 있었을 거다. 이 곡은 히트를 칠만한 곡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지만 이곡은 ‘녹턴’ 뒤에 배치해야만 된다고 밀어붙였고, 결국 그렇게 해냈다.- 내 맘대로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네 곡의 여정을 따라가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강렬한 유혹을 받았다. 그래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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