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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멍청이들아, 모두 나와서 무릎 꿇고 항복해라!”

리채윤 소설가 l 기사입력 202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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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채윤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제 7장    반란    

 

이진충의 분노

 

695년 영주에는 새로운 도독이 부임해왔다.

그 무렵 중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여걸인 측천무후는 690년 9월 9일 중양절(重陽節)을 기하여 중국 역사상 유일무이한 여자 황제로 등극한 후, 70살이 넘은 나이였지만 여전히 영민함을 잃지 않고 정력적으로, 40년 이상 중국을 실제적으로 통치하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말년의 측천무후는 장역지(張易之)와 장창종(張昌宗)의 장씨 형제를 총애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장씨 형제는 기예(技藝)를 가진 간신들로서 기발한 연회와 수단 좋은 아첨으로 측천무후의 총애를 받았다. 그들은 궁중 사람들과 대신들에게 많은 원성을 사게 되었다. 특히 권신들은 측천무후에게 장씨 형제의 해악을 경고하고 나섰는데 측천무후는 그들의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는 고령에 이르고 중병에 걸리자 오히려 전보다 더 장씨 형제에게 의존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측천무후의 통치체제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각지에서 반란의 기미가 포착되기 시작했고, 조정에서는 매판매직이 성행해서 탐관오리들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새로 부임한 영주도독 조문홰도 그런 자였다. 

그는 포악하고 욕심이 많은 자로서 전임자와는 사뭇 달랐다. 그는 당나라 조정에 있는 숙질에게 많은 뇌물을 주고 영주도독 자리를 얻었다. 그는 부임을 하자마자 자신이 바친 재물보다 더 많은 재물을 긁어모으려고 혈안이 되었다. 그 무렵 영주에는 흉년이 들어 굶주리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게 많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문홰는 세금 독촉을 심하게 했다. 

또 그는 군사적 안배에 대해서는 문외한 이었으므로 송막도호 이진충을 얕잡아보는 경향이 다분했다. 그는 송막도호로서 이진충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인정하지 않았고, 영주에 사는 이민족들을 마구잡이로 탄압하면서 필요이상으로 자극했다. 

당연히 가장 먼저 반감을 지닌 것은 가장 세력이 크고 인구가 많은 이진충이었다. 영주지역에서 영주도독의 세력을 능가하면서 소황제 노릇을 하고 있던 이진충은 분노했다. 더구나 조문홰는 초린의 상단에도 과도한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이진충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제는 어엿한 초린의 남편이 되어 있는 이해고도 기분이 나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버지, 저자를 그만 내버려 두었다가는 큰일 나겠습니다. 이번 월행에서 벌어온 자금의 3분의1을 세금으로 내놓으라고 한답니다."

이해고는 격분해서 이진충에게 말했다.

"조문홰가 무엇을 믿고 저러는지 파악은 해 보았느냐?"

"당나라 조정의 조모련(趙慕燕)이 그의 숙질이라고 합니다."

"그 정도 세력을 가지고 감히 나에게 도전을 해오다니 분통이 터질 일이로구나, 세금을 내지 않으면 어찌할 것 같으나?"

"그러면 우리 상단의 월행을 금지 시키겠지요"

"네가 그 자를 만나서 좋게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해 보거라. 무력으로 하자면 한 칼에 날려 버릴 수도 있지만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니."

이진충은 분통을 참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이해고가 물러 나가자 이진충은 쓴 입맛을 다셨다. 

그는 연락병을 처남인 손만영에게 보냈다. 귀성주자사의 일을 보고 있던 손만영은 즉각 달려왔다.

“처남, 자네는 지금 조문홰의 일을 어찌 보느냐?”

이진충이 손만영에게 물었다.

“그 놈을 그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될 거라고 봅니다. 그 자는 그 동안 당나라에서 인정해 주던 우리의 자치권마저 빼앗아 버릴 것입니다. 들리는 말에는 영주에 사는 각 부족의 주민들이 뽑던 촌장도 관청의 임명제로 바꾸고, 추장의 권한도 빼앗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매부께 말씀드리려던 차인데 부르셔서 황급하게 온 것입니다.”

“무엇이라? 그 놈이 우리의 자치권마저 빼앗을 것이라고?”

이진충은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믿고 싶지 않았기에 소리쳐 되물었다.

“지금 영주도독부에서는 그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때 조문홰를 만나러 갔던 이해고가 돌아왔다. 이해고의 얼굴은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어찌 되었느냐?”

“예. 세금을 탕감해주는 대신 지금 우리 상단이 하고 있는 다마무역을 앞으로는 영주도독부가 운영하겠다고 합니다.”

“무엇이라고? 그 자가 제 정신이 아닌 자가 틀림없구나. 안 되겠어. 이제 더는 참을 수가 없다. 이 봐 처남! 어찌하면 좋은가? 폭정을 일삼는 영주도독을 몰아내고 우리들의 새 나라를 세우자.”

이진충은 잔뜩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하며 소리쳤다. 지금 초린의 상단이 꾸려나가고 있는 다마무역은 거란의 재정을 도맡고 있는 주 수입원인데 그것을 빼앗긴다면 이진충으로서도 지금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 뻔한 일이었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자칫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빼앗길지도 모릅니다.”

손만영도 동의하고 나섰다.

“지금 우리 거란인들 뿐만 아니라 이곳 영주에 살고 있는 고구려인, 말갈, 해족, 습족 모두가 조문홰의 착취에 치를 떨고 있는 실정이니까 그들을 다 끌어 모아서 강력한 저항을 할 필요가 있어. 좋다. 이제 우리가 물러 설 곳은 없다. 이것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드디어 반란을 계획한 이진충은 거란의 추장들 회의를 소집했다. 거란의 추장들이 속속 이진충의 휘하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조문홰를 몰아내고 거란의 나라를 세울 것을 결의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주유지가 대조영에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대장, 이제 때가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장께서는 이 전쟁에서 빠지셔야 합니다.”

대조영은 주유지의 뜬금없는 말에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만 보았다.

“이곳은 요서입니다. 우리가 다스릴 곳은 요동이구요. 우리는 요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대조영은 비로소 빙긋이 웃었다.

“이 사람아, 그것은 나도 자네와 같은 생각일세. 이진충은 지금 요동지역 당나라군 5만 병력을 걸사비우와 우리가 막아주고, 당나라와 앙숙 관계인 동돌궐의 묵철이 만리장성 이북의 당나라군을 견제해 준다면 거란의 군대와 해족의 군대만으로도 영주는 물론 요서 전 지역을 장악하고 하북 지역까지 휩쓸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네. 그러니 자네의 생각대로 우리는 요동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으니 걱정을 말게.”

두 사람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거병을 결의한 이진충은 대조영과 걸사비우에게도 사람을 보냈다. 대조영에게는 부관 마동현을 보냈다. 

"도호께서 거사를 도모하실 것이라고 합니다. 장군께서 도와주십시오."

"좋다. 우리도 얼마나 이날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대조영은 즉각 호응하고 군사를 일으키겠다고 대답했다. 

이진충의 부관을 돌려보낸 대조영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드디어 때가 왔구나!’

대조영은 주위의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끼며 그렇게 생각했다. 

이날이 오기까지 기다린 세월이 참으로 길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라를 잃고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수많은 인걸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산천도 3번씩이나 변했다.

대조영은 요동지역을 장악할 작전을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그는 주유지의 건의대로 최소한의 병력 손실을 덜 낼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대조영은 우선 신성 내부에서 동조자를 찾아내야 한다는 계산을 했다. 신성은 당나라의 관리 관청인 안동도호부와 요동도독부가 있는 곳인 만큼 그곳을 손에 넣기만 한다면 요동성과 안시성도 쉽게 공략할 수 있으리란 계산이 섰다. 대조영은 연헌성이를 우군으로 끌어들일 방책을 강구했다. 만약 그를 우군으로 만들 수 있다면 요동지역에 널려있는 유민들과 고구려 부흥군 잔여 세력을 규합하는 일도 손쉬워지는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대조영은 요동도독으로 오랫동안 재임하고 있는 연헌성을 이번 거사에 끌어들일 결심을 굳혔다. 연헌성은 아버지 연남생이 죽은 후에 그 자리를 물려받고, 당나라 관리로서 안주하는 삶을 선택했고, 그 후로 두 사람의 사이는 소원해져 있었다. 그러나 연헌성은 당나라 조정이 지시하는 대로 악랄한 수탈은 자행하지 않았고, 적당한 처신으로 요동도독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대조영은 젊은 날의 연헌성이라면 우군으로 끌어들이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대조영은 지금은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마지막으로 연헌성에게 대막리지 연개소문의 후손으로서의 자부심에 희망을 걸어 보기로 했다. 

대조영은 주유지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다.

“나는 이번 전쟁에서 아주 중요한 한 사람을 선택하기로 했네.”

“그 사람이 누구입니까?”

“요동도독인 연헌성일세.”

그 말을 들은 주유지는 놀라는 표정으로 대조영을 바라보았다.

“그 자는 당나라의 앞잡이 중의 수괴가 아닙니까? 어떻게 그런 자를 끌어들일 수 있단 말입니까?”

대조영은 그간에 연헌성이와 맺었던 인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긴 설명을 들은 주유지가 말했다.

“저는 연헌성이란 사람을 본적이 없어서 무어라 말씀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만약 그가 대장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이것보다 좋은 현책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연헌성이 약조를 하더라도 그가 배신하지 않으란 법이 없으니 그것이 문제입니다.”

“어차피 전쟁에는 모략이 난무하는 법이다. 우리의 거사 날짜를 밝힐 필요는 없는 것이니 의사만 타진해보는 것으로 족해야지. 어때, 자네가 나의 전권대사로서 신성에를 다녀오겠는가?”

“알겠습니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대조영은 자신이 친필로 쓴 밀서를 주유지에게 건네주었다. 밀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연 도독 오랜만이요. 그간 적조했던 것은 우리가 처한 입장이 다른 때문이었소. 그런데 이제 우리가 입장을 같이 할 때가 온 것 같소. 나는 연헌성란 사람의 심성에 아직도 고구려가 남아 있을 것이라 믿소. 다시 고구려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머지않은 장래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려.>

 

다음날 주유지는 신성으로 떠났다.

 

드디어 이진충이 계획한 거사의 날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이진충의 진중에는 손만영, 이해고, 대조영을 비롯해서 이번 거사에 참가하는 해족과 습족의 대표자들이 다 모여 있었다.

“지금 영주도독부는 백성의 안위는 생각도 않는 착취부로 변해 버렸소, 이제 우리는 저항의 횃불을 올리려고 하오, 여기저기서 백성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무엇이 두려워 당하기만 하고 있을 것이오? 나는 이번 조문홰의 생일을 맞이해서 그 자를 제거하고 거병할 것을 제안하고 싶소이다.”

참가자들은 모두 이진충의 제안에 찬성했다. 그들은 각자의 의견을 내 놓으며 작전 계획을 짜 나갔다.

“영주성에는 당나라 군사가 3만 명이나 있소, 우선 그들을 제압하는 것이 이번 거사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야 할 것이오. 우선 조문홰의 생일날이면 주요 벼슬아치들과 군 수뇌들이 한 곳에 모여서 음주가무를 즐길 것이오. 그때 그들을 쳐서 일거에 제압한다면 기선을 잡을 수 있을 것이오....”

손만영이 회의를 주도하며 좌중의 의견을 수렴했다.

“문제는 어떻게 도독부 관아 안으로 들어가서 놈들을 일시에 제거하느냐 하는 것이오.”

“놈들은 생일잔치를 위해 많은 물품을 관아 안으로 실어들일 것이오. 이때 특공대를 그 수레에 태워서 안으로 들여보냅시다. 내가 수비 대장을 잘 아니까 그 자의 눈을 가리는 방법을 찾아보겠소.”

여러 사람들이 묘안을 내놓았고 거사 준비는 착착 진행 되었다.

이진충은 예상대로 요동의 당나라 군사를 막아줄 것을 대조영에게 부탁했다.

"알겠습니다. 우리는 안동도호부가 있는 신성을 치고, 요동성과 안시성에 있는 당나라 군사를 맡을 것이니 도호께서는 염려치 마십시오."

대조영은 오래 전부터 이진충의 계산법을 알았고 그에 충실하게 따르리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사일 닷새 전, 신성으로 갔던 주유지가 돌아왔다.

“어찌 되었느냐?”

대조영은 덤덤한 표정의 주유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주유지는 아무리 기쁘거나 슬픈 일이 있어도 얼굴에 희로애락을 나타내는 법이 없는 인물인지라 표정만 보아서는 일의 성패를 알 수 없었다. 

“연 도독도 이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그 말이 주유지의 입에서 떨어지는 순간 대조영은 커다란 환희를 느꼈다. 그러면 그렇지 하는 외침이 가슴속에서 울려 퍼졌다.

“역시 대장께서 사람을 잘 보았습니다. 그는 제가 보기에도 연개소문의 손자다운 데가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주유지는 비로소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잘 되었다. 그러면 자네는 홀한성으로 가서 거병할 것을 알리고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이르게. 이곳에서의 거사가 성공을 하면 군사를 이끌고 걸사비우와 함께 신성을 칠 것이니.”

“분부대로 시행하겠습니다.”

주유지는 명을 받고 말을 몰아 홀한성으로 달렸다. 

 

드디어 거사일인 5월 5일의 날이 밝았다. 

영주도독 조문홰는 자신의 생일을 맞이해서 요서 지방의 많은 벼슬아치와 부호들을 초청했다. 그는 영주에 살고 있는 이민족 유민들을 착취한 재물들로 치부를 하고 그들에게 자신의 부와 권력을 자랑하고 싶어서 화려하고 거창한 생일잔치를 벌이는 것이었다.

거란의 한 추장이 수비대장을 뇌물로 구어 삶은 덕에 초린의 상단이 선물로 보내는 수레에 대해서는 검문이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수레에 든 물건들 속에는 거란의 정예병들이 숨어 있었다.  

생일잔치는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영주도독부 아전의 너른 마당과 접대소 안에는 무수한 잔치상이 차려졌고 술과 음식이 그득했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요서지방의 주요 인사들이 꾸역꾸역 밀려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후가 되자 악공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아리따운 기녀들이 춤을 추는 가운데 잔치가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도독님의 생신날에 이렇게 날씨마저 좋으니 이것이 다 도독님의 후덕함 때문입니다."

조문홰의 옆에 앉은 한족(漢族) 상인이 상찬의 말을 하고 있었다. 그 자는 지금 초린의 상단이 하고 있는 다마무역의 상권을 빼앗고자 노리고 있는 자였다.

“조그만 기다리시오. 아직 이진충이의 세력이 강해서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있지만 가을쯤이면 그 자도 내 말을 들어야 할 것이오.”

조문홰가 상인에게 넌지시 약조의 말을 늘어 놓았다.

조문홰의 생일잔치는 밤이 깊도록 계속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나하게 취해갈 무렵 아전 안으로 잠입했던 정예병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자, 마음껏 마시고 즐겁게 놀아 보시오! 이 좋은 세상, 맘껏 즐기는 거요. 하하하."

술에 취한 조문홰는 그렇게 소리치며 옆자리의 기녀를 끌어안으며 즐거워했다. 

그때였다. 아전의 동쪽 문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이진충의 정예병이 작전을 개시한 것이다. 이 불길을 신호로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거란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공격을 개시했다. 정예병들은 불을 지름과 동시에 궁문을 지키는 경비병들을 참수하고 문을 몽당 열어 재꼈다. 그 순간 사방에서 거란군들이 몰려들었다. 

잔치를 벌이던 자리는 이내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니 웬 소란이냐?”

“저 불길은 또 뭐냐?”

조문홰가 놀라 소리치는 사이에 다급하게 달려온 부장이 정황을 보고했다.

“도독님, 폭동입니다!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뭐라고, 폭동? 어떤 자들이냐?”

“영주에 거처하는 모든 이민족이 거란족을 중심으로 뭉친 것 같습니다. 어서 피하십시오.”

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무리의 군사들이 들이닥쳤다.

“네 이 놈, 조문홰는 이리 와서 내 칼을 받아라.”

조문홰와 그의 부장은 칼을 뽑아들지도 못한 상황에서 거란군에게 사로잡힌 신세가 되었다. 생일잔치에 참석한 많은 벼슬아치들과 장수들이 술 취한 상태에 있었으므로 그들은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오라에 묵이는 신세가 되었다.  

영주성 안에는 3만 명이 넘는 당나라군은 지휘자들이 사로잡힌 상태라서 변변히 대항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잘 훈련된 이민족들의 정예부대에게 무릎을 꿇었다. 특히 대조영이 이끄는 고구려의 청년병들은 일당백의 출중한 무예 실력을 발휘하며 당나라 군사들을 처치했다.

“네 이놈 조문홰! 너는 우리 이민족들을 개나 돼지처럼 취급하며 괴롭혔다. 당장 저 놈의 목을 베어다 성문에 효수하고 거라.”

이진충은 조문홰의 목을 베고, 백성을 괴롭힌 벼슬아치와 조문홰와 짜고 부를 챙긴 부자들의 목도 모조리 베었다. 그 중에는 초린 상단의 다마무역권을 빼앗으려던 한인 상인도 있었다. 이진충은 그들에게서 빼앗은 재물을 굶주린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러자 이진충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졌다.

“이제 우리는 본래 우리의 땅이었던 영주를 당나라 침략자들로부터 되찾았다,”

영주성을 완전히 접수한 이진충은 거란의 독립을 선언하고 스스로 ‘무상가한(최고의 황제)'이 되었음을 선포하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이진충 대장군 만세!"

"무상가한 만세!"

거란인들은 그렇게 꿈꾸던 거란의 독립을 쟁취한 기쁨에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질렀다.

“대조영. 고맙다. 이제 나는 서남쪽으로 진군해서 우리의 영토를 되찾을 것이니 자네는 요동을 맡아주게. 자네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네.”

이진충은 대조영에게 힘주어 말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디 대 거란국의 황제로서 성공을 거두시기 빕니다.”

대조영은 고구려 유민군 3천을 거느리고 영주를 떠나 요동으로 떠났다. 그는 멀리서 군사를 이끌고 달려온 미추홀과 걸사비우의 연합군을 요동에서 맞아 신성을 향해서 진군을 개시했다.

이진충은 공격의 여세를 몰아 영주성 주위에 있던 당나라 군대를 완전히 쓸어버리고 계속 진격했다. 이진충의 군대는 도처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그 수가 계속 불어나, 거사한 지 보름이 지났을 때에는 10만 명에 이르렀다.

불길처럼 일어나는 반란군의 세력에 당나라 조정은 무척 당황했다. 

측천무후는 급히 유관에 토벌 사령부를 만들고, 장현우, 마인절에게 20만여 명의 군사를 주어 반란군을 토벌토록 했다. 그러나 이진충의 거란군은 당나라 선봉군을 맞아 단숨에 무찔렀다. 그리고 계속 진격해서 하북성의 황장곡(黃長谷)으로 밀고 들어갔다.

황장곡에는 당나라의 주력 부대 수만 명이 진을 치고 있었다. 거란군의 선봉을 맡고 황장곡에 맨 먼저 나타난 것은 이해고였다. 

이해고는 당나라군에서 파직된 후 절치부심하면서 갈고 닦은 무술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눈처럼 흰 백마를 타고 달리면서 밧줄을 던져 적을 옭아 당겨 잡는 비색(긴 밧줄을 던져 적의 목을 낚아채는 무기)이란 무술로 적진을 유린했다.

“당나라 멍청이들아, 모두 나와서 무릎 꿇고 항복해라!”

이해고는 긴 창을 높이 세우고 당나라군 진영 앞에서 외쳤다. 그러자 당나라 장수 장현우가 뛰쳐나와 칼을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이해고 네 몸이 감히 당나라 군대를 모욕하다니 용서 할 수 없다!”

그러나 몇 합을 겨루기도 전에 장현우는 이해고가 던진 비색에 걸려 땅바닥으로 나뒹굴고 말았다. 이를 본 당나라 장수 마인절이 급하게 달려들었지만 이해고는 또 다른 장기인 무삭(긴 창으로 적을 찌르는 것)의 솜씨를 발휘해서 마인절을 말에서 떨어드렸다. 결국 두 사람의 당나라 대장군이 거란군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이해고 장군, 만세!”

“이진충 폐하 만세!”

거란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고 대장군 둘을 한꺼번에 잃은 당나라군은 겁을 잔뜩 집어먹었다. 

결국 이 날의 전투에서 당나라 주력군 20만은 거의 전멸당하고 하북 지역 대부분이 거란군의 말발굽 아래로 들어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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